재경일보

독일 정부, 세수 급감 트럼프 책임론 제기…내부 감세 논란 가중

이겨례 기자
독일 정부, 세수 급감 트럼프 책임론 제기…내부 감세 논란 가중
©연합뉴스

 

독일 정부는 중동전쟁 여파로 올해 세수 예상치가 178억유로 감소하고 2030년까지 총 875억유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며, 라르스 클링바일 재무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무책임한 전쟁'을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였다. 그러나 유럽 외신들은 정부의 확장 재정 및 선심성 감세 정책이 재정 악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비판하여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상황이다. 독일 경제는 7년째 위기 국면에 처하며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었다.

독일 정부는 최근 발표된 세수 전망에서 올해 연방 및 주·자치단체 등 각급 정부의 세수가 지난해 10월 예상치보다 178억유로(약 30조7천억원) 감소하고, 2030년까지는 총 875억유로(약 150조9천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였다. 라르스 클링바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이러한 재정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중동전쟁을 지목하며, "도널드 트럼프가 일으킨 무책임한 전쟁과 그로 인한 에너지 가격 충격이 우리 경제의 동력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강력히 주장하였다. 이는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이 유럽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클링바일 장관은 독일 경제가 7년째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세 분쟁 여파 등 다른 복합적인 위기들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언급하였다. 독일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5천억유로(약 862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기금을 조성하고 국방비는 헌법상 부채한도에서 예외를 적용하는 등 대대적인 확장 재정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로 인해 내년에만 1천965억유로(약 339조원)의 신규 부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국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독일 정부는 중동전쟁의 파급 효과를 반영하여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5%로, 내년 전망치도 1.3%에서 0.9%로 각각 하향 조정하였다. 이러한 거시 경제 지표의 악화는 세수 감소와 맞물려 독일의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 그러나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 분석에 의하면, 독일 정부가 세수 문제를 온전히 외부 요인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제기된다.

유럽 주요 외신인 일간 벨트는 독일 당국의 세수 추산 증가분이 작년보다 줄었을 뿐, 올해 예상 세수는 작년 9천900억유로(약 1천707조원)에서 9천990억유로(약 1천723조원)로 오히려 늘어난 점을 지적하였다. 특히 벨트의 분석에 따르면, 식당 부가가치세 인하, 제조업체 전기세 감면 연장, 유류세 인하 등 정부의 세법 개정으로 인한 수입 감소가 875억유로 중 477억유로(약 82조3천억원)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또한 소득세 부담 경감도 예고한 바 있어, 내부적인 감세 정책이 재정 구멍 확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독일 연립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확장 재정 정책을 펼치면서 실제로는 지난 총선 당시 약속했던 선심성 공약을 이행하는 데 집중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녹색당 예산정책 대변인 제바스티안 셰퍼는 "성장 효과 없는 감세 정책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정부의 재정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일간 벨트는 이러한 상황을 "불필요한 선거 선물이자 값비싼 시장 개입"으로 규정하며 지속적인 비판을 제기한다.

다만, 클링바일 재무장관은 지난달 미래 세대에 과도한 빚을 떠넘긴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 20년간 과도한 긴축으로 망가진 것이 내 탓은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이전 정부의 정책 기조에 책임을 돌리기도 하였다. 이러한 발언은 독일 내부의 재정 정책 방향성을 둘러싼 복잡한 정치적 역학 관계를 드러낸다.

한편,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지난달 중동전쟁과 관련하여 '미국이 이란에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언급한 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사실상 보복을 당한 사례도 주목받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독미군 5천명 감축과 유럽연합(EU)산 자동차·트럭 관세 25% 인상을 추진하였으나 자동차 관세 인상은 보류하였다. 독일 매체 RND는 "총리가 트럼프를 진정시키기 위해 언젠가 굴복해야 할지 모르는 곤란한 상황에 스스로를 몰아넣었다"고 논평하며, 독일의 외교 정책과 경제가 미국 정치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실을 분석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독일 정부가 직면한 복합적인 경제적, 정치적 도전을 명확히 보여준다.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과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은 독일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독일 정부가 외부 요인과 내부 정책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지 못한다면, 유럽 최대 경제국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재정 정책 방향과 국제 관계 설정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시장 질서와 기업 성장을 위한 보다 명확하고 일관된 정책 기조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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