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강도 해상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석유 산업과 정권이 단기간 내에 붕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란이 보유한 내부 정제 능력과 전략적 감산 대응을 통해 수개월 이상 압박을 견뎌낼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한 것으로 진단한다.
미국의 해상 봉쇄 조치가 이란 경제에 장기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나 석유 산업의 즉각적인 마비는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엔비시(NBC) 뉴스 등 주요 외신은 에너지 업계 전문가와 서방 당국자들의 분석을 인용해 이란의 석유 인프라가 단기간 내에 붕괴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란의 원유 수출이 차단될 경우 사흘 안에 국가 시스템이 멈출 것이라는 미 행정부의 관측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결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원유 수출길이 막히면 저장 용량 초과로 인해 유정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수출되지 못한 원유가 저장탱크에 가득 차면 결국 생산을 중단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지하 유정의 압력 조절에 실패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는다는 논리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이란 정권의 핵심 자금줄을 차단하여 체제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미국의 초강수 전략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에너지 컨설팅 전문업체 카마르에너지의 로빈 밀스 최고경영자는 이란이 점진적인 감산을 통해 유정 손상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은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줄여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할 수 있으나, 강력한 국내 정제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상당 부분 생산을 지속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외부 수출이 차단되더라도 내수용 연료 생산과 석유화학 공정을 통해 원유 소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란의 실제 운영 데이터 역시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란은 해상 봉쇄 조치에 대응하여 원유 적재량을 주당 약 1,100만 배럴 수준에서 최근 600만 내지 800만 배럴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며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봉쇄가 본격화되기 전 고유가 국면에서 원유를 대량 판매하여 확보한 현금 자산이 당분간의 재정적 공백을 메워주는 방어막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 경제 전문 매체들은 미국의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이란 경제의 하방 압력이 임계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유 수출 감소는 정부 재정 적자를 심화시키고 공공 지출 축소를 강요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극심한 물가 상승과 민생고를 야기한다. 해상 경로 대신 비용이 많이 드는 육로 수입에 의존하게 되면서 수입 물가가 폭등하고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서방 정보 당국자들은 이란 정권이 경제적 고통 속에서도 권력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통제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권 내부의 결속력이 무너지지 않는 한 극심한 경제난이 곧바로 정권 붕괴나 대규모 소요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라시아그룹의 그레고리 브루 연구원은 "과거의 제재 사례를 복기해보면 이란은 현재와 같은 고립 상황에서도 수개월간 버틸 수 있는 회복력을 증명해 왔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강경 노선이 오히려 중동 내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키우고 이란의 비공식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경제적 고립이 심화될수록 이란은 제재망을 피한 밀수출을 확대하거나 인접국과의 밀착을 강화하는 등 생존을 위한 지하 경제를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제 석유 시장의 투명성을 저해하고 미국의 제재 실효성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는 경제 악화와 국민적 불안 증가가 이란 정권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하지만 단기적인 인프라 붕괴를 전제로 한 압박 전략은 이란의 내부 대응 역량에 부딪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미국의 봉쇄 강도와 이란의 자구책이 충돌하며 발생하는 유가 변동성과 공급망 재편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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