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총사업비 1,0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을 관리하기 위한 '전주기 심사제도'를 본격 가동하며 R&D 예비타당성조사 폐지 이후의 행정 공백을 메운다. 이는 지난 1월 법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과거 평균 3년 이상 소요되던 사전 검증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여 국가 전략 기술 경쟁력을 적기에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정부는 대규모 연구시설 및 장비 구축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주기 심사제도를 11일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국고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총사업비 1,000억 원 이상의 대형 구축형 R&D 사업을 대상으로 한다. 기존의 예비타당성조사가 가졌던 경직성을 탈피하고 사업의 기획부터 변경까지 단계별로 정밀하게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는 지난 2008년 도입된 이후 대규모 국가 인프라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기획 단계부터 통과까지 평균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면서 급변하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도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 과학기술기본법과 국가재정법을 개정하여 R&D 분야의 예타를 전격 폐지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번에 도입된 전주기 심사제도는 시행령 개정과 세부 지침 마련을 거쳐 본격적인 운용 단계에 진입하게 되었다. 새 제도는 사업 추진 방식에 따라 심사 항목을 선택적으로 적용하며, 사업 추진 심사부터 설계 적합성 심사, 주요 계획 변경 심사까지 전 과정을 아우른다. 이는 단순한 사전 규제에서 벗어나 연구 시설의 실제 구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까지 유연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다.
의사 결정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위원장을 맡는 '구축형 연구개발 사업 심사위원회'가 구성된다. 위원회 산하에는 분야별 전문가 240여 명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전문 검토단이 배치되어 기술적 타당성을 정밀하게 검토한다. 각 부처는 신규 대형 구축형 R&D 사업에 대한 심사 수요를 과기정통부에 접수하며 본격적인 제도 활용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과학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의 속도감이 배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준비된 제도적 기반 위에서 연구자에게는 현장 요구 연구 인프라를 적기 제공하겠다"며 "국가적으로는 과학기술 선도국 도약 기반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제도 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행정 지원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예타 폐지로 인해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의 재정 건전성 관리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사전 검증 절차가 간소화되는 만큼 사후 관리와 단계별 심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엄격한 기준 마련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이러한 비판을 수렴하여 전주기 심사 과정에서 투명성을 강화하고 성과 중심의 평가 체계를 확고히 구축할 방침이다.
대규모 연구시설 구축 사업은 전주기 심사제도를 통해 사업 기획의 완성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행정 지연을 최소화할 전망이다. 국가적 차원의 핵심 전략 자산인 연구 장비가 적기에 현장에 보급됨으로써 기술 주권 확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각 부처와 연구 기관은 변화된 제도에 맞춰 사업 기획 역량을 강화하고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제도 시행을 기점으로 국가 R&D 투자 효율성을 제고하고 연구 현장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총사업비 1,000억 원 이상의 초대형 프로젝트들이 정치적 논리나 행정적 절차에 휘말리지 않고 오로지 기술적 가치와 국가적 필요성에 따라 추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지탱하는 견고한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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