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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장기화 시 물가 1.6%p 추가 압박... KDI "운송 불확실성이 근원물가 자극"

윤근일 기자
고유가 장기화 시 물가 1.6%p 추가 압박... KDI
©연합뉴스

 

국제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올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대 1.6%포인트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에너지 운송 불확실성이 석유류 가격을 넘어 산업 전반의 비용 상승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변수로 작용하겠으나 고물가 기조의 장기화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는 형국이다.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경제의 하방 압력을 높이는 가운데 소비자물가가 기존 전망치를 크게 상회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경고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운송 불확실성에 따른 고유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올해 물가 상승률에 최대 1.6%포인트의 추가 상방 압력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 2월 KDI가 제시한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2.1%를 기준으로 할 때, 산술적으로 3.7%에 달하는 고물가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성은 유가 상승의 폭과 기간에 따라 국내 물가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제유가가 올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배럴당 105달러 수준을 유지하는 '고유가 장기화 시나리오'에서 물가 상승 기여도는 올해 1.6%포인트, 내년에는 1.8%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두바이유 가격이 점진적으로 하락하여 연말 87달러 선에 안착하는 '기준 시나리오'에서도 올해 물가에는 1.2%포인트의 상승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KDI의 판단이다.

이번 물가 상승의 핵심 기제는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아닌 에너지 운송 경로의 불확실성에 기인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운송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석유 정제업자들이 재고 확보를 위해 비축량을 늘리면서 공급망 병목 현상과 유사한 가격 급등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비용 상승은 석유류 등 에너지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공업제품과 서비스 등 비석유류 품목으로 전이되어 물가의 기초 체력을 나타내는 근원물가까지 끌어올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운송 불확실성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약 0.10%포인트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상적인 유가 상승이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던 과거 사례와 대조되는 대목으로, 현재의 고물가 압력이 공급 측면의 복합적 위기임을 시사한다.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경우 가계의 실질 구매력 저하와 기업의 생산 원가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다만 정부의 시장 개입 정책이 유지될 경우 물가 상승폭이 통제 범위 내에서 관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류세 인하 조치와 석유 최고가격제 등 정책적 대응은 국제유가 상승분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이되는 속도와 폭을 늦추는 완충 지대 역할을 수행한다. 마창석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최고가격제 효과가 배제된 상태로 측정을 진행했기에 정책 효과를 고려하면 올해 물가가 3%대까지 치솟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부문에서는 이미 고유가에 따른 비용 절감 노력이 실물 지표로 나타나고 있으며 항공업계가 대표적인 사례다. 중동 분쟁 여파로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자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왕복 기준 약 900편의 운항 노선이 감축되는 등 공급 조정이 가시화되었다. 6월 운항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항공사들이 추가 감편을 검토하고 있어 물류 및 서비스 물가의 추가 상승 요인은 여전히 잠복해 있는 상태다.

결국 향후 물가 안정의 관건은 국제 유가의 향방과 더불어 기대인플레이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어 경제 주체들이 물가 상승을 당연시하게 될 경우 임금 인상 요구와 제품 가격 인상의 악순환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KDI는 오는 13일 수정 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거시경제 지표를 제시하고 정책 당국의 기민한 대응을 주문할 예정이다.

물가 안정화 정책은 단순히 현재의 수치를 낮추는 것을 넘어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복원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유가 안정 시나리오가 작동하여 연말 유가가 80달러 선까지 하락한다면 내년부터는 물가 불안이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으나 이는 낙관적인 가정에 기초한다. 당국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에너지 수급 체계 점검과 유동성 관리를 병행하며 시장 질서의 왜곡을 최소화하는 효율적인 정책 조합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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