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권자 과반수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과 인플레이션 대응 방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집권 공화당의 11월 중간선거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실시한 최신 여론조사 결과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문제에 대한 부정 평가는 58퍼센트에 달했으며, 민주당은 공화당과의 전국 지지율 격차를 8퍼센트포인트까지 벌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권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 기조인 이른바 트럼프노믹스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거시 경제 운용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여론조사업체 포컬데이터에 의뢰해 등록 유권자 3,1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낙제점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1일부터 5일까지 수행되었으며 표집오차는 95퍼센트 신뢰수준에서 플러스마이너스 2.1퍼센트포인트다.
유권자들이 현재 미국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지목한 분야는 단연 인플레이션과 고공행진 중인 생활비 문제였다. 응답자의 58퍼센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물가 상승 압력을 관리하는 방식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거나 약간 부정적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반면 정부의 인플레이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은 29퍼센트에 그쳐 부정 여론이 긍정 여론을 두 배 이상 압도하는 양상을 보였다.
보수적 시장 질서를 중시하는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민심 이반의 원인을 정부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과 불안정한 대외 관계에서 찾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도입과 이란과의 긴장 고조가 집권 공화당의 올해 11월 중간선거 전망에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물가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관세 정책에 대해 유권자의 55퍼센트는 미국 경제에 해가 됐다고 응답했다.
관세 정책이 경제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25퍼센트에 불과해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오히려 자국 내 소비자 물가를 자극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지 정당별로 살펴보면 민주당 지지자의 84퍼센트가 관세의 유해성을 지적했으며 중도층을 상징하는 무당층에서도 56퍼센트가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는 정부의 무역 장벽 강화가 공급망 교란과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실질 구매력을 저하시켰다는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반영한다.
외교 및 안보 분야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게 식어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을 포함한 대외 군사 긴장감에 대해 유권자의 54퍼센트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며 긍정 평가는 32퍼센트에 머물렀다. 외교 정책 전반과 헬스케어, 그리고 전통적인 공화당의 강점 분야로 꼽히던 일자리 및 경제 정책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50퍼센트에서 51퍼센트를 기록하며 과반을 넘어섰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징적 정책인 이민 통제 역시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민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는 46퍼센트로 집계되었으며 긍정 평가는 42퍼센트를 기록해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한 접전을 보였다. 이는 과거 대선 국면에서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했던 국경 통제 이슈가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는 현시점에서는 유권자들에게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음을 시사한다.
정치적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인물 호감도 측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공직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에 대한 비호감도는 53퍼센트로 호감도 41퍼센트를 크게 상회하며 국정 운영 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제이디(JD) 밴스 부통령 또한 비호감도가 45퍼센트에 달해 호감도 39퍼센트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대중적 확장성에 한계를 드러냈다.
다만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경우 호감 36퍼센트, 비호감 34퍼센트로 나타나 행정부 내에서 유일하게 긍정적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루비오 장관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응답이 31퍼센트에 달해 향후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대중 인지도 제고가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 행정부 핵심 인사들에 대한 전반적인 비호감 기류는 정책 집행의 정당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당 지지율 측면에서는 민주당의 약진과 공화당의 정체가 뚜렷하게 대비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등록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율은 공화당을 8퍼센트포인트 앞섰으며 특히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무당층에서의 격차는 이보다 더욱 벌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집권 여당인 공화당을 향하고 있으며 이는 중간선거의 권력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변수"라고 지적했다.
물론 공화당 지지층 내부에서는 여전히 정부 정책에 대한 견고한 신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관세 정책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49퍼센트로 해가 된다는 응답 25퍼센트보다 우세하게 나타났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 여전히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나 중도층 확장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서는 현재의 물가 상승 압박을 해소하고 가계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관세 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대외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않는 한 유권자들의 냉담한 시선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주요 경제 지표의 향방이 공화당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지을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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