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수사기관에 책잡히지 마라" 망치로 PC 부수고 밭에 버린 전재수 보좌진의 조직적 증거인멸

이겨례 기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들이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수사를 앞두고 조직적으로 증거를 폐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사무실 PC 저장장치를 망치로 파손하고 인근 밭과 목욕탕 쓰레기통에 은닉하는 등 치밀하게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교유착 비리 합동수사본부는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사법 절차를 방해한 보좌진 4명을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교유착 비리 합동수사본부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전재수 후보의 보좌진들은 수사 당국의 강제수사가 임박하자 조직적인 증거 인멸 작전을 수행했다. 보좌진들은 지난해 12월 경찰의 압수수색이 예상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사무실 내 주요 증거자료를 영구적으로 삭제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공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데이터 삭제를 넘어 물리적인 파괴 수단까지 동원하며 수사망을 피하려 시도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의원실 내부의 증거 인멸 지시는 선임비서관 A씨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하달되었다. A씨는 지난해 12월 10일, 닷새 뒤로 예정된 압수수색에 대비하여 인턴 비서관에게 부산 사무실의 업무용 PC 전체를 초기화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는 "압수수색이 나올 수 있으니 수사기관에 책잡힐 일을 만들면 안 된다"며 자신의 PC는 물론이고 사무실 내 모든 저장장치를 초기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를 상급 보좌관에게 전달했다.

상급 보좌관은 A씨의 보고를 받은 뒤 포맷 전 필요한 자료를 별도로 백업해두라는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며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의 공모는 부산 사무실에 국한되지 않고 서울 사무실의 인력까지 동원되는 광범위한 형태로 전개되었다. A씨는 서울 사무실 소속 8급 비서관에게 연락하여 PC 초기화의 기술적 방법론을 문의하며 수사 기관의 포렌식 복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치밀함을 보였다.

기술적 자문을 맡은 8급 비서관은 일반적인 포맷 방식으로는 데이터 복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우려해 더욱 정교한 파기 방법을 전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카드를 사용했던 PC의 경우 한 번의 포맷으로는 부족하며 추가적인 포맷 작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전문적인 조언은 의원실 차원에서 수사 기관의 증거 확보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매우 구체적이었음을 뒷받침한다.

PC 저장장치에 대한 물리적 파손 행위는 선임비서관 A씨가 직접 실행에 옮기는 대담함을 보였다. A씨는 PC 본체에서 하드디스크(HDD)를 드라이버로 분리해낸 뒤 망치를 동원해 내부 플래터를 완전히 파괴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데이터 기록 매체인 SSD에 대해서는 도구를 사용하는 대신 자신의 손과 발을 이용해 물리적으로 구부러뜨려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었다는 점이 공소장에 적시됐다.

파손된 증거물들을 처리하는 과정 역시 수사 기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은밀한 장소를 선별하여 이루어졌다. A씨는 망치로 파괴한 HDD를 당일 야간 시간대를 이용해 자신의 주거지 인근에 위치한 밭에 투기하여 은닉을 시도했다. 손발로 훼손한 SSD는 이튿날 오전 대중목욕탕의 쓰레기통에 버리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수사팀이 증거물의 잔해조차 찾지 못하도록 철저히 분산 폐기했다.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보좌진들의 이러한 은폐 시도에도 불구하고 같은 달 15일 전 후보의 의원실과 부산 사무실, 자택 및 세종 장관 집무실을 포함한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합수본은 확보된 물증과 진술을 바탕으로 증거 인멸에 가담한 보좌진 4명의 혐의가 명백하다고 판단하여 이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들이 PC 초기화와 파손 사실을 전 후보에게 직접 보고했는지 여부는 이번 공소장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합수본은 전 후보 본인을 둘러싼 뇌물 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지난달 10일 최종적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수사 당국은 해당 의혹들이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되었거나 현재 확보된 증거만으로는 유죄를 입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보좌진들의 증거 인멸 행위가 실제 수사 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공직 사회의 도덕적 해이와 사법 방해 행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한 법률 전문가는 "수사기관의 정당한 법 집행을 물리적 폭력을 동원해 방해하는 행위는 국가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죄"라며 "보좌진들의 단독 행동인지 혹은 윗선의 묵인이 있었는지가 재판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전개될 재판에서는 보좌진들의 조직적 공모가 누구의 최종 승인 하에 이루어졌는지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증거 인멸 혐의로 기소된 4명의 보좌진은 법정에서 자신들의 행위가 수사 방해를 목적으로 한 것인지에 대해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은 정치권의 정교유착 의혹과 더불어 수사 과정에서의 투명성 확보라는 사회적 과제를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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