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의 명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가 1943년 미국 대학 역사상 최초로 한국어 수업을 시작한 지 83년 만에 한국학 전공 학사 학위 소지자 3명을 처음으로 배출한다. 이번 성과는 지난해 한국학 전공이 정식 개설된 지 1년 만에 거둔 결실로, 단순한 언어 습득을 넘어선 고도의 학술적 연구 체계가 미국 명문대 내에 완전히 뿌리 내렸음을 시사한다.
미국 UC버클리 동아시아학과는 현지시간으로 오는 19일 열리는 졸업식에서 한국학을 복수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 3명에게 학위를 수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2025년 학부 내 한국학 전공이 신설된 이후 배출되는 첫 사례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 강화와 학술적 수요가 맞물려 일궈낸 역사적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이번 졸업생 배출을 두고 한국 문화의 대중적 인기가 대학 내 정규 학문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UC버클리의 한국어 교육 역사는 고국이 일제 강점기에 놓여 있던 194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는 미국 대학 중 가장 빠른 기록이다. 당시 동양어학과에 재직 중이던 독립운동가 최봉윤 선생은 학교 측을 설득해 미국 최초의 한국어 대학 교재를 직접 집필하며 수업의 기틀을 닦았다. 안진수 UC버클리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한국학 전공 개설이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독립운동가가 씨앗을 뿌린 곳에서 전공자가 배출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첫 졸업생인 김소영 씨는 대학의 커리큘럼이 지닌 학술적 깊이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 씨는 "근현대사뿐만 아니라 향찰과 같은 고대 표기법을 배우고 고전문학 등 1차 사료를 직접 연구하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접근할 수 있었다"고 졸업 소감을 밝혔다. 이는 단순한 언어 구사 능력을 넘어 한국학의 정체성을 학문적으로 규명하는 데 집중하는 버클리만의 교육 방침을 보여준다.
또 다른 졸업생인 조앤 문 씨는 한국학 공부를 통해 미국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문 씨는 윤동주의 시를 연구하고 일제 식민지배와 한국전쟁, 분단의 역사 등을 학습하며 한국적 자아를 찾아가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0세기 한국 여성의 노동을 주제로 졸업논문을 작성했으며, 향후 하와이대 대학원에 진학해 일제강점기 이주 여성과 해방 이후 기지촌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최봉윤 선생이 시작한 한국어 수업은 현재 연간 400명에서 500명이 수강하는 UC버클리의 핵심 인기 강좌로 성장했다. 학과는 현재 7명의 한국어 전담 강사를 배치하여 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으며, 매년 '한국의 날' 행사를 통해 논문 발표와 에세이 경연 등을 개최하고 있다. 대학 측은 이러한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2023년 '최봉윤 장학금'을 신설하고, 2022년부터는 한국학 관련 우수 학술서적을 시상하는 '이홍영 도서상'을 운영 중이다.
대학 내에서는 과거 식민주의 역사를 극복하려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움직임도 관찰되고 있다. 동아시아도서관에 소장된 한국 고서적들이 조선총독부 관리였던 아사미 린타로의 이름을 딴 '아사미 문고'로 불리는 것에 대해 명칭 변경 운동이 일고 있다. 안진수 교수는 학생들이 식민주의 역사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바탕으로 문고의 이름을 바로잡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학이나 중국학에 비해 한국학의 전공 개설과 졸업생 배출이 수십 년가량 늦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학문적 불균형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판적 시각을 극복하기 위해 안 교수는 학부 과정을 넘어 한국학 대학원 과정을 설치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원 과정이 신설될 경우 미국 내 한국학 연구의 질적 수준은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UC버클리의 이번 졸업생 배출은 미국 내 한국학이 대중문화에 의존하는 단계를 지나 전문적인 학술 영역으로 완전히 진입했음을 입증한다. 하버드와 스탠퍼드 등 다른 명문대에서도 한국학 관련 연구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UC버클리의 역사적 상징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한국 정부와 기업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미국 내 한국학의 외연은 더욱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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