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트럼프 "이란 휴전은 생명연장 상태" 선언…국제 유가 3% 급등하며 에너지 쇼크 현실화

정휘 기자
트럼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무산 가능성을 공식 시사하면서 국제 유가가 3% 가까이 폭등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4달러 선을 돌파했으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98달러를 넘어서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시장은 미 행정부의 군사적 조치 재개 검토와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 봉쇄 가능성에 따른 수급 불균형을 우려하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며 글로벌 원유 시장의 가격 지표가 일제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11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 상승한 배럴당 104.21달러를 기록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뉴욕상품거래소의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또한 전날보다 2.8% 오른 98.07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심리적 저항선인 10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외교적 해법에 대해 극도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 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과의 휴전 상황을 두고 "대대적으로 생명연장장치에 의존하고 있다"라고 언급하며 합의 파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사실상 기존의 평화 유지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대외적으로 공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행정부의 강경한 대외 정책 기조는 단순한 수사를 넘어 구체적인 군사적 압박 카드로 구체화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중단되었던 '해방 프로젝트'(Project Freedom)의 재개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해당 프로젝트의 재검토는 이란에 대한 고강도 물리적 압박이 임박했음을 의미하며, 이는 원유 공급망의 치명적인 결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란이 중재국을 통해 제안한 종전 안건에 대한 명확한 거부 의사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받은 이란의 제안에 대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으며 완전히 수용할 수 없다"라고 단언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군사적 조치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이러한 발언은 지정학적 프리미엄을 유가에 즉각적으로 반영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시장의 심리가 급격하게 냉각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라보뱅크의 플로렌스 슈미트 에너지 전략가는 "불과 며칠 만에 시장의 분위기가 긴장 완화에서 다시 긴장 고조로 급변했고 유가도 이에 즉각 반응했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현재의 유가 상승 폭이 특정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함께 지적하며 과도한 공포 확산을 경계했다.

에너지 공급망의 구조적 결함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경고는 실물 경제에 보다 근본적인 타격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 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현재의 에너지 쇼크가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강조하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그는 글로벌 석유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이미 통제 불가능한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산업계에 막대한 비용 부담을 지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여부는 향후 국제 유가 향방을 결정지을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나세르 CEO는 "설령 오늘 당장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된다고 하더라도 시장이 다시 균형을 잡는 데는 수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해협 봉쇄가 몇 주 더 이어진다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정상화는 2027년까지도 지연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유가 급등이 일시적인 심리적 위축에 따른 과잉 반응일 수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하며 시장의 냉정을 주문하기도 한다.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 여력과 미국을 비롯한 에너지 소비국들의 전략 비축유 방출 등 대응 수단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대외 정책 기조가 지속되는 한, 시장의 근본적인 불안 요소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제 유가는 미국의 실제 군사 행동 개시 여부와 이에 대응하는 이란의 물리적 도발 수위에 따라 추가 상승 여력이 결정될 전망이다. 국내 산업계 역시 고유가 기조 장기화에 따른 원가 부담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비한 비상 경영 체제 점검이 시급한 시점이다. 에너지 안보 확립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정교한 수급 관리 전략과 대체 공급망 확보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된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럼프#이란#휴전은#생명연장#상태
트럼프 "이란 휴전은 생명연장 상태" 선언…국제 유가 3% 급등하며 에너지 쇼크 현실화 : 경제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