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후속양산 비용이 당초 추산보다 29.5% 급증한 18조 4,422억 원으로 책정되면서 군의 전력화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물가 상승과 환율 변동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며 2032년까지 120대를 도입하려던 당초 목표는 최대 3년가량 늦춰질 전망이다. 방위사업청은 예산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공군과 도입 시기를 조정하는 실무 협의에 착수했다.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의 후속양산 사업비가 2년 만에 4조 원 넘게 급증하며 전체 국방 예산 운용에 상당한 부담을 안기게 되었다. 방위사업청이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의뢰한 총사업비 심층검토 결과에 따르면, 80대 분량의 후속양산에 필요한 예산은 지난 3월 기준 총 18조 4,422억 원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2024년 8월 국방중기계획 의결 당시 추산되었던 14조 2,440억 원에서 무려 4조 1,982억 원이 늘어난 수치다.
급격한 비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글로벌 전쟁 여파에 따른 물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정, 원·달러 환율의 지속적인 증가세가 꼽힌다. 여기에 국산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무장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기술 비용과 제반 여건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방위사업청은 대외적인 거시경제 지표의 변동이 최초양산 대비 후속양산 비용을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양산 공정에 돌입한 KF-21 블록-Ⅰ 최초양산 물량 40대의 사업비 역시 기존 계획보다 증액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당초 7조 9,281억 원으로 추산되었던 최초양산 비용은 총사업비 조정을 거치며 8조 3,833억 원으로 최종 확정되었다. 환율과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여 약 4,552억 원의 추가 재원이 투입되었으며, 이는 소요 구체화에 따른 비용 현실화 과정의 결과다.
KF-21 사업 전체를 관통하는 재정 규모는 체계개발비와 양산비, 향후 유지보수비를 합쳐 60조 원을 상회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2015년 시작된 체계개발 예산 8조 8,142억 원에 120대 양산비 약 26조 8,000억 원, 그리고 향후 30년간의 운용유지비 추산액 26조 원이 더해진 결과다. 단일 무기 체계 도입 및 운영에 투입되는 예산으로는 건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예산 압박이 현실화되면서 군 당국은 KF-21의 전력화 시기를 기존 계획보다 늦추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최초양산 물량 40대의 전력화 완료 시점은 기존 2028년에서 1년 늦춰진 2029년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후속양산 물량 80대의 경우 당초 2032년 도입 완료가 목표였으나, 예산 배정 문제로 인해 2034년에서 2035년 사이로 최대 3년까지 지연될 수 있다.
전력화 지연은 공군의 노후 전투기 교체 주기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공군은 그간 KF-21의 도입 일정에 맞춰 노후 기종인 F-4와 F-5의 퇴역 스케줄을 정밀하게 조율해 왔다. 주력 전투기의 도입이 늦어질 경우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기존 기체의 수명 연장 작업이나 추가적인 전력 보강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첨단 무기 체계인 KF-21은 최대 속도 마하 1.81과 항속거리 2,900km를 자랑하는 4.5세대 전투기다. 7.7t에 달하는 무장 탑재량과 통합 전자전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향후 성능 개량을 통해 스텔스 기능을 도입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한국은 이 전투기 개발에 성공하며 세계에서 8번째로 초음속 전투기를 독자 개발한 국가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인 전투기 양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상승을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 잣대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첨단 기술이 집약된 방위산업의 특성상 초기 추정치와 실제 비용 간의 괴리는 불가피하며, 이는 독자적인 항공 주권 확보를 위해 감내해야 할 기회비용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한정된 국방 예산 내에서 다른 전력 증강 사업과의 우선순위 조정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방사청 관계자는 "물가와 환율 등 통제 불가능한 거시경제 지표의 변화가 사업비 증액의 주된 원인이다"라며 "공군과 긴밀히 협의하여 전력화 시기를 합리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예산 압박을 최소화하겠다"라고 밝혔다. 후속양산에 투입되는 최종 사업비는 향후 기획재정부와의 추가 협의를 거쳐 연내에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비 심층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정교한 재정 집행 계획을 수립해야 할 시점에 직면했다. KF-21은 단순한 무기 체계를 넘어 한국 방위산업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만큼, 예산 부족으로 인한 개발 동력 상실을 경계해야 한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투명한 비용 관리와 더불어 전력 공백 최소화를 위한 군 당국의 치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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