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산업이 첫 수출 이후 50년 만에 누적 수출 7,655만 대를 돌파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국내 자동차 누적 생산량 역시 올해 1억 3,000만 대를 넘어서며 국가 경제의 핵심 동력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다만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로 인해 국내 생산 기반 유지를 위한 세제 지원 등 정책적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1976년 첫 수출길에 오른 지 반세기 만에 누적 수출 7,655만 대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한국 자동차의 통산 수출 대수는 7,654만 8,569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승용차 한 대의 길이를 4.7m로 가정해 일렬로 세웠을 때 지구 둘레를 약 9바퀴 감쌀 수 있는 경이로운 수치다.
현대자동차가 1976년 6월 에콰도르에 국산 승용차 포니 5대를 수출하며 시작된 한국 자동차의 해외 진출 역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여정이었다. 누적 수출 대수는 1999년 1,107만 대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0만 대 고지를 넘어선 이후 기하급수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05년 2,254만 대, 2012년 4,196만 대를 거쳐 2015년에는 5,000만 대 벽을 돌파하며 세계 시장의 주류로 편입되었다.
최근 한국 자동차 수출은 약 4년을 주기로 1,000만 대씩 추가되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질주하고 있다. 2019년 6,109만 대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인 2023년에는 7,008만 대를 넘어서며 수출 효자 품목으로서의 저력을 과시했다. 현재의 견고한 수출 물량이 유지될 경우 내년 중에는 누적 수출 8,000만 대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 부문 역시 올해 1억 3,000만 대 돌파라는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두며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1955년 미군 지프 부품을 개조해 만든 시발자동차가 첫선을 보인 지 71년 만에 달성한 쾌거다. 1992년 누적 생산 1,000만 대를 달성한 이후 2006년 5,000만 대, 2018년 1억 대를 차례로 경신하며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수행해 왔다.
지난해까지 누적 1억 2,911만 대를 기록했던 국내 자동차 생산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138만 7,043대가 추가되며 마침내 1억 3,000만 대 선을 넘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719억 9,1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한국 자동차가 고부가가치 차량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화려한 기록 이면에는 주요국들의 자국 생산 강화 기조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이라는 거센 도전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최대 수출 시장은 관세 장벽을 높이고 현지 생산 설비 가동을 강력히 독려하며 한국산 자동차의 입지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주력 시장에서의 하방 압력이 존재하며 특히 중국계 제조사의 침투율 확대가 한국 자동차 산업에 가시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시장은 중국산 전기차의 파상공세로 인해 안방 점유율 방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테슬라와 BYD 등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의 판매 호조로 인해 2022년 4.7% 수준이었던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2025년 33.9%까지 급등했다. 올해 1분기 중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2만 5,000대로 작년 동기 대비 286.1%라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시장 구조를 흔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정 산업에 대한 과도한 세제 혜택이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국제 무역 분쟁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글로벌 통상 규범이 엄격해지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보조금이나 세제 지원은 자칫 상계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책적 지원은 기술 개발(R&D)이나 인프라 구축 등 간접적인 방식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정부의 선제적이고 파격적인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50년간의 7,655만 대 수출 성과는 탄탄한 국내 생산 기반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 주요국이 자국 생산 인센티브를 경쟁적으로 강화하는 만큼 한국도 국내 생산 촉진 세제를 조속히 도입해 기업의 국내 잔류를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한국 자동차 산업은 이제 단순한 양적 성장을 넘어 생산 기반 수호와 미래차 주도권 확보라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자국 우선주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기업의 자구 노력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지원 사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을 때 비로소 한국 자동차의 1억 대 수출 신화도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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