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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억 묶인 채 문 닫은 코인 거래소, 이용자 자산 반환율 0.3%에 그쳐

윤근일 기자
221억 묶인 채 문 닫은 코인 거래소, 이용자 자산 반환율 0.3%에 그쳐
©연합뉴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영업을 종료한 사업자들에 묶인 이용자 자산이 221억 원을 넘어섰으나 실제 반환된 금액은 0.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95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 중 자산을 되찾은 인원은 단 131명으로, 민간 주도의 자율 보호 체계가 시장의 신뢰를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질서 확립을 위해 설립된 보호 체계가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이용자들의 막대한 재산권 침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국내에서 영업을 중단한 가상자산 사업자는 총 15개사로 집계되었다. 이들 업체에 예치된 원화 예치금과 가상자산을 합산한 규모는 221억 1,400만 원에 달하며, 피해 가능성이 있는 이용자 수는 194만 9,742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 3월 말 시세를 기준으로 산정한 수치로, 시장 변동성에 따라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출범한 디지털자산보호재단의 성적표는 더욱 참담한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영업 종료 사업자의 자산을 이전받아 관리하기 위해 2024년 10월 설립한 이 재단은 운영 2년 차를 맞았으나 반환 실적은 미미하다. 영업을 종료한 15개 사업자 중 재단에 자산을 이관한 업체는 6개사에 그쳤으며, 이들로부터 이관된 자산은 전체의 10% 수준인 23억 5,900만 원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재단을 통해 자산을 돌려받은 이용자는 131명으로 전체의 0.006%라는 사실상 무의미한 기록을 남겼다.

사업자별 피해 규모를 살펴보면 특정 업체에 자산과 인원이 집중되어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이용자 수 기준으로는 2024년 10월 영업을 종료한 페이코인이 188만 3,692명으로 가장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플랫타EX가 1만 3,990명, 프로비트가 1만 2,958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채 문을 닫았다. 자산 규모 측면에서는 씨피랩스가 150억 5,000만 원을 보유해 가장 많은 이용자 자산을 묶어두고 있으며, 프로비트와 페이코인이 각각 27억 3,300만 원과 11억 9,700만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현행 법 체계의 허점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치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상자산 사업자가 영업을 종료하더라도 디지털자산보호재단에 이용자 자산을 의무적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수의 부실 사업자가 자산 이전을 거부하거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법적 수단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러한 법적 공백은 사유 재산권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효율성과 법치주의 관점에서 볼 때 관리 감독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 역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재단 설립 이후에도 이용자들이 자산 반환 신청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홍보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자율 규제라는 명목하에 민간에 책임을 떠넘기기보다는 공적 영역에서의 보다 강력한 개입과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산 반환 작업의 지연은 결국 가상자산 생태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건전한 시장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일각에서는 영업 종료 사업자들의 복잡한 채권·채무 관계와 기술적 보안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사업자가 파산 절차에 돌입하거나 경영진의 행방이 묘연한 경우 재단이 독자적으로 자산을 회수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한 재단이 출범한 지 불과 2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모든 미반환 자산을 즉각적으로 처리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반론도 존재한다. 민간 재단의 자율성을 존중하되 제도적 보완을 병행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국회와 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용자 보호를 위한 입법 보완에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민국 의원은 "영업을 종료한 가상자산 사업자가 자산 이전을 거부하더라도 법적으로 강제할 수단이 없는 법적 한계가 명확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강 의원은 "금융감독원은 영업 종료 사업자 자산의 재단 이전 의무화 등 이용자 보호 장치 강화를 위한 2단계 입법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정책적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재단 역시 가입자들이 자산 반환 신청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홍보 사업을 정례화하고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향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후속 입법 과정에서 영업 종료 시의 자산 처리 절차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자산 이전의 의무화뿐만 아니라 미이행 시의 강력한 처벌 규정이 명시되지 않는 한 '221억 원의 실종' 사태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이용 중인 거래소의 재무 건전성과 영업 지속 여부를 상시 확인해야 하며, 당국은 부실 사업자의 퇴출 과정에서 이용자 자산이 공중분해 되지 않도록 철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가상자산 시장의 성숙도는 화려한 거래량이 아닌, 문을 닫는 순간까지 이용자의 자산을 얼마나 안전하게 되돌려주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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