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중동발 고유가 직격탄 맞은 LCC 업계, 노선 감축 이어 고용 쇼크 가시화

정휘 기자
중동발 고유가 직격탄 맞은 LCC 업계, 노선 감축 이어 고용 쇼크 가시화
©연합뉴스

 

중동전쟁 여파로 항공유 가격이 2.5배 폭등하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국제선 운항을 1,000편 가까이 축소하고 인력 구조조정 단계에 진입했다. 진에어는 신입 승무원 50명의 입사를 돌연 연기했으며,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 주요 업체들은 무급휴직 체제에 돌입하며 비상경영에 나섰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파고가 국내 저비용항공업계의 고용 시장을 급격히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진에어는 당초 5월 11일 입사 예정이었던 상반기 신입 객실 승무원 50명의 임용 시기를 오는 9월 말 이후로 전격 유예했다. 이는 항공유 가격 급등으로 인해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중인 회사의 경영 환경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에 입사가 연기된 인원은 상반기 전체 합격자 100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미 교육을 시작한 50명을 제외한 나머지 합격자들은 입사를 불과 며칠 앞두고 하반기로 출근일이 조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진에어 측은 추석 연휴 이후인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로 입사 시기를 변경하며 고용 유지를 약속했으나 현장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항공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기 위해 동남아 노선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감편을 단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저비용항공사들은 최근 왕복 기준 약 900편의 운항 계획을 철회했으며 전체 국제선 감축 규모는 1,000편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진에어의 경우 이달까지 괌과 푸꾸옥 등 주요 노선에서 총 176편의 운항을 중단하며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가 급등은 항공사의 고정비 부담을 한계치까지 밀어붙이며 경영 환경을 극도로 악화시키는 핵심 원인이다. 지난 3월 중순부터 한 달간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214.71달러를 기록하며 전쟁 이전 대비 2.5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유류비 비중이 매출액 대비 절대적인 LCC 특성상 이러한 원가 상승은 영업 손실로 직결되는 구조적 위기를 초래한다.

인건비 절감을 위한 무급휴직 행렬은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을 비롯해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제주항공은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6월 한 달간의 무급 휴직 신청을 접수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로케이 역시 이미 지난달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무급 휴직 제도를 도입하여 비용 감축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 당국인 고용노동부는 현재의 상황을 심각한 고용 위기 징후로 판단하고 산업 전반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 열린 비상고용노동상황점검회의를 통해 전쟁 장기화 시 전방위적인 고용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노선 감축이 지속될 경우 신규 채용 중단뿐 아니라 기존 인력에 대한 추가적인 구조조정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중동전쟁 이후 국제유가 급등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는 상황을 고려해 부득이하게 입사 시기를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종 합격자를 전원 채용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으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다른 항공사들의 채용 보류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대형 항공사(FSC)들이 화물 운송과 장거리 노선 수요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1분기 매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LCC 업계와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유가 상승의 충격이 중단거리 노선 경쟁이 치열한 LCC 업계에 편중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유류할증료 상승에 따른 여행 수요 위축이 하반기 실적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가 상승분이 항공권 가격에 반영되면서 여름 성수기를 앞둔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고유가와 유류할증료 급등이 겹치면서 수요가 꺾일 경우 LCC들이 버틸 수 있는 체력이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항공업계의 자구책은 더욱 강도 높게 진행될 전망이다. 6월 운항 계획이 확정되는 시점에 감편 규모가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고용 시장의 한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안전격려금 지급을 무기한 연기하는 등 가용한 모든 재무적 수단을 동원하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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