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호르무즈 피격 '나무호' 보상액 1천억 관건... 전손 여부와 수리비 산정이 변수

정휘 기자
호르무즈 피격 '나무호' 보상액 1천억 관건... 전손 여부와 수리비 산정이 변수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에서 외부 공격을 받은 HMM 나무호의 보험 보상 규모가 최대 1,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나 실제 지급액과 시기는 불투명하다. 선체 파손 정도에 따른 전손 처리 여부와 정박 및 예인 비용 산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이번 사례가 미국과 이란 간 갈등으로 발생한 첫 전쟁보험 특약 적용 사례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내 해운사 HMM이 운용하는 파나마 국적의 중소형 벌크 화물선 나무호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되면서 보험업계의 보상 절차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외부 공격에 의한 것으로 정부 차원에서 확인됨에 따라 선박보험과 더불어 전쟁보험 특약이 동시에 가동될 전망이다. 현재 나무호는 현대해상,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국내 5개 주요 손해보험사가 공동으로 인수한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상태다. 각 보험사가 설정한 선박보험과 전쟁보험 특약의 최대 보상 한도는 각각 1,000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사고 원인이 외부 공격으로 규명되면서 이번 보상 절차는 전쟁보험 특약에 의거해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최근 고조된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 상태가 민간 선박 피해로 이어진 첫 번째 전쟁보험 적용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끈다. 보험 계약 구조상 사고의 성격이 전쟁이나 테러 등 외부 공격에 해당할 경우 일반 선박보험보다 전쟁보험 특약이 우선적으로 검토된다. 다만 사고 원인과 관계없이 나무호가 받을 수 있는 최대 보상액은 계약상 명시된 1,000억 원 범위 내에서 결정된다.

보험금이 계약상 최고액인 1,000억 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선박이 '전손' 상태에 해당한다는 판정이 내려져야 한다. 전손이란 선박이 완전히 파괴되어 복구가 불가능하거나 수리 비용이 선박의 가치를 초과하여 경제적 실익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현재까지 공개된 나무호의 상태는 선체에 파공이 발생하고 기관실 화재로 인해 자력 운항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선체가 반파되거나 침수되는 등의 치명적 훼손까지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 전손 판정 여부는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

피해 규모 산정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변수는 엔진을 포함한 선박 핵심 부품의 손상 정도와 수리 기간이다. 기관실 화재가 발생한 만큼 핵심 구동 장치가 심각하게 훼손되었을 경우 수리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보상 범위에는 단순히 선체 수리비뿐만 아니라 사고 지점에서 두바이항까지의 예인 비용과 수리를 위해 정박하는 기간 발생하는 제반 비용이 모두 포함된다. 수리 기간이 길어질수록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보상 가액은 늘어나는 구조이며 이는 최종 지급액 결정의 핵심 지표가 된다.

보험금 지급 시점은 물리적인 수리 기간과 복잡한 손해액 산정 절차로 인해 연내를 넘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통상적으로 대형 선박 사고의 경우 수리가 완료된 이후에야 최종 비용을 확인하고 지급 절차를 밟기 때문에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주요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하거나 특수 공정을 거쳐야 하는 선박 수리의 특성상 작업 완료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연 요인이다. 선사인 HMM 측 역시 단기간 내에 수리를 마무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고의 보상 절차와 관련하여 "피격 선박을 보상한 전례가 많지 않지만 수리 완료 시점으로부터 수개월은 더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통상 대규모 보험금 보상 때는 산정에 시간이 꽤 소요돼 보험금 지급까지 1~2년도 걸린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형 재난 사고에서 발생하는 손해액 확정 과정이 단기간의 조사만으로는 완결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현재 간사사인 현대해상을 필두로 5개 손보사는 현지 조사 인력을 통해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 중이다.

이번 사고로 인한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재무적 타격은 재보험 시스템을 통해 상당 부분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해상이 가장 큰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4개사가 10~20%의 지분을 나누어 가진 구조지만 이들은 이미 위험의 상당액을 재보험사에 출재했다. 특히 손보사들이 가입한 초과손해액 재보험(XOL)은 일정 수준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그 초과분을 재보험사가 전액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개별 보험사가 실제로 감당해야 할 위험 노출액은 전체 보상 규모에 비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보험금 지급 지연이 해운사의 유동성이나 운영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수천억 원대 자산의 운용이 중단된 상태에서 보상금 지급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기업 경영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약관에 따른 엄격한 실사와 비용 증빙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고 부당한 보험금 지급을 방지하기 위한 법치와 효율성 중심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향후 나무호의 수리 경과와 현지 조사 결과에 따라 보험사와 선사 간의 보상 범위에 대한 이견이 발생할 여지는 남아 있다. 파손 부위의 교체 필요성이나 예인 과정에서의 추가 손상 여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최종 보상액 확정의 변수가 된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한 정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선박 보험료 인상 등 해운업계 전반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분간 보험업계는 현지 수리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정밀한 손해 사정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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