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후속 양산 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4조 1,982억 원 급증하며 공군 전력화 일정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심층 검토 결과 총사업비는 18조 4,42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최종 전력화 시점은 기존 2032년에서 최대 3년가량 지연될 전망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사업이 본격적인 양산 단계를 앞두고 유례없는 예산 압박과 일정 지연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방위사업청 자료에 따르면 후속 양산 80대에 필요한 비용은 지난 2024년 8월 추산치인 14조 2,440억 원에서 최근 18조 4,422억 원으로 대폭 수정되었다. 이는 한국국방연구원이 실시한 사업성 심층 검토 과정에서 대외 경제 여건 변화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분이 반영된 결과이다.
예산 폭증의 주요 원인으로는 글로벌 전쟁 여파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정이 지목되고 있다. 장기화되는 국제 분쟁은 항공기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 부품의 수급 난항을 초래하며 전반적인 생산 단가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가파른 환율 상승세가 더해지면서 해외 도입 부품 및 기술 협력 비용이 당초 계산을 크게 상회하게 되었다.
KF-21 사업은 공대공 교전 능력을 갖춘 블록-I 40대와 공대지 미사일 무장을 추가한 블록-II 8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추진된다. 마하 1.81의 최대 속도와 2,900km의 항속거리를 자랑하는 이 기체는 통합 전자전 체계를 갖춘 4.5세대 전투기로서 영공 방위의 핵심 축을 담당할 예정이다. 하지만 7.7톤에 달하는 무장 탑재량과 첨단 항전 장비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상승은 사업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군 당국은 예산 압박이 거세짐에 따라 2032년까지 120대를 전력화하려던 기존 계획을 전면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방위사업청은 최초 양산 물량 40대의 전력화 시기를 기존보다 1년 늦춘 2029년으로 조정하는 안을 공군과 협의하고 있다. 후속 양산 물량 80대의 경우 전력화 완료 시점이 2034년에서 2035년까지 밀려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전력화 일정의 연쇄 지연은 공군의 노후 전투기 교체 주기에도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공군은 그동안 KF-21 도입 일정에 맞춰 수십 년간 운용해 온 F-4와 F-5 전투기의 퇴역 스케줄을 정밀하게 조율해 왔다. 신규 전력 공급이 늦어질 경우 영공 방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후 기체의 운용 수명을 무리하게 연장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최근의 급격한 물가 상승과 환율 변동 등 외부 요인이 사업비 검토 과정에서 엄중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성능과 품질을 담보하면서도 예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양산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유관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KIDA의 이번 검토 결과가 향후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예고한다고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예산 증액이 국가 재정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사업 규모 조정이나 단계적 도입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한정된 국방 예산 내에서 특정 사업에 조 단위의 추가 재원이 투입될 경우 타 무기 체계의 도입이나 운영 유지 예산이 잠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군 전체의 균형 있는 전력 증강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F-21은 단순한 무기 체계 도입을 넘어 국내 항공 우주 산업의 사활이 걸린 국가적 과제라는 점이 강조된다. 4.5세대 전투기 독자 개발을 통해 확보한 기술적 자산과 고용 창출 효과는 장기적으로 예산 증액분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철저한 사업 관리를 통해 비용 상승 요인을 통제하고 계획된 성능을 완벽히 구현하는 것이 현재의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유일한 길이다.
향후 방위사업청과 공군은 수정된 양산 로드맵을 바탕으로 기획재정부와의 예산 협의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진행될 최초 양산 공정이 차질 없이 이행되어야만 후속 양산 단계에서의 추가 지연을 막을 수 있다. 국민적 기대가 큰 사업인 만큼 투명한 예산 집행과 철저한 공정 관리가 뒷받침되어야 보라매의 비상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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