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토안전관리원 발주 수중 조사 용역 입찰에서 6년 넘게 투찰 가격을 담합한 ㈜다음기술단과 우리기술단㈜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000만 원을 부과했다. 사실상 한 가족이 운영하는 두 업체는 총 16건의 사업을 독식하며 8억 5,500만 원 규모의 계약을 따내 시장 경쟁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 기간 시설의 안전을 점검하는 공공 용역이 특정 세력의 사적 이익 추구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토안전관리원이 실시한 수중 조사 용역 입찰 과정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을 모의한 ㈜다음기술단과 우리기술단㈜ 등 2개 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3,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인프라 안전 점검 사업에서 장기간 지속된 고질적인 담합 관행을 적발해 엄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 2016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약 6년 5개월 동안 총 16건의 입찰에서 사전에 합의된 가격으로 투찰하여 계약을 따낸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확보한 총 계약 금액은 약 8억 5,500만 원에 달하며 이 과정에서 제3의 업체가 낙찰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사실상 두 업체가 국토안전관리원의 수중 조사 용역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외부 경쟁자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했음을 의미한다. 자유 시장 경제의 핵심인 공정 경쟁 원칙이 무너진 자리에는 특정 업체들의 독점적 지위와 예산 낭비라는 결과만이 남게 되었다. 법치주의에 기반한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공정위가 칼을 빼 든 배경이다.
이번 담합 사건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두 업체가 외형상으로만 별개 법인일 뿐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경제적 이해관계체였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다. 다음기술단의 대표는 본인 회사의 지분 54%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가족 관계에 있는 우리기술단 대표와 함께 우리기술단의 지분 97.5%를 장악하고 있었다. 사실상 한 명의 결정권자가 두 개의 법인을 동원해 입찰에 참여함으로써 경쟁 입찰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셈이다. 이러한 기만적 행위는 공공 입찰 시스템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인적 자원의 운용 측면에서도 두 업체는 경계가 모호한 비정상적인 구조를 유지하며 담합의 밀도를 높여온 것으로 파악되었다. 소속 직원들이 양사 사이에서 수시로 소속을 변경하며 입찰 관련 업무를 공유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등 조직적인 공조 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독립된 기업 간의 정당한 경쟁이 불가능한 구조였음을 방증하며 공공 용역 수주를 위해 인위적으로 경쟁 구도를 조작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불투명한 인력 운용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현대 경제 윤리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수중 조사는 교량, 댐, 항만과 같이 시설물의 하부가 물속에 잠겨 있거나 수중에 설치된 구조물의 결함을 파악하는 필수적인 안전 진단 절차다. 고도의 정밀 장비와 전문 인력을 투입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균열이나 부식 상태를 점검해야 하므로 그 결과의 정확성이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된다. 담합을 통해 경쟁이 실종된 환경에서는 용역 수행의 질적 저하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으며 이는 곧 국가 시설물의 잠재적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안전을 담보로 한 사익 추구 행위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잣대가 필요한 이유다.
국내 수중 조사 용역 시장에서 국토안전관리원이 차지하는 위상은 절대적이며 이는 이번 담합의 폐해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되었다.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의 통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발주된 전체 수중 조사 용역 입찰 38건 가운데 무려 68.4%에 해당하는 26건이 국토안전관리원에서 발주되었다. 시장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공공기관의 사업을 특정 업체가 독식함으로써 관련 산업 전반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이 저해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시장 지배적 지위를 악용한 담합은 중소 규모의 건실한 경쟁 업체들이 성장할 기회조차 박탈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공공 예산의 효율적 집행과 시장 질서 회복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공공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의 예산이 공정하게 집행되도록 이바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국민의 안전과 밀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입찰 담합 행위에 대해서는 법 위반 사실이 적발될 경우 예외 없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향후 공공 입찰 시장에서 발생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중소 용역 업체들이 겪는 경영상의 어려움과 전문 인력 확보의 한계로 인해 계열사 간 협력이 불가피했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나친 저가 수주 경쟁 속에서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족 경영 형태의 업체들이 고육지책을 쓴 것이 아니냐는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공정 거래라는 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으며 오히려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장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의 효율성 추구만이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향후 정부와 공공기관은 담합 감시 시스템을 한층 고도화하고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 참가 자격 제한 등 제재 실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특히 가족 관계나 지분 구조가 얽힌 업체들이 동일한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를 사전에 필터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공 입찰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진정한 기술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국가 인프라 안전의 토대인 수중 조사 분야가 이번 조치를 통해 보다 공정하고 신뢰받는 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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