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협회가 전문건설업계의 보호 기간 연장 시도를 '업역 이기주의'로 규정하고 내년 1월부터 상호시장 개방을 예정대로 이행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협회는 69만 8,357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하며 영세 종합건설업체의 존립 위기가 한계치에 도달했음을 공식화했다.
대한건설협회는 12일 16개 시도회장과 300여 개 회원사 관계자들이 집결한 가운데 종합건설업계의 생존권 수호를 위한 대규모 탄원 절차를 밟았다. 이번 행동은 2021년부터 시행된 종합·전문건설업 간 업역 폐지 제도가 전문건설업계의 반발로 인해 후퇴할 조짐을 보이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협회는 세종시 국토교통부를 방문하여 70만 명에 육박하는 업계 종사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전달하며 시장 정상화를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 2021년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칸막이식 업역 규제를 혁파하기 위해 '건설산업 혁신 방안'을 확정한 바 있다. 해당 방안은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종합건설사가 전문공사를, 전문건설업체가 종합공사를 상호 수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2030년까지 건설업을 단일 업종으로 전환하여 시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국가적 전략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제도 도입 초기 영세 전문업체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설정된 예외 조항이 현재 갈등의 핵심 발단이 되었다. 정부는 당시 4억 3,000만 원 미만의 전문공사에 대해 종합건설업체의 진출을 6년간 제한하는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 대한건설협회 측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소규모 공사는 전체 전문공사 물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을 점유하고 있다.
전문건설업계는 해당 보호 기간이 올해로 종료됨에 따라 보호 범위를 10억 원 미만 공사로 확대하고 기간을 2029년까지 연장해달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종합건설업계는 이를 시장 원리를 부정하는 과도한 특혜이자 이기주의적 발상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미 전문업체는 모든 규모의 종합공사에 자유롭게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합업체의 손발만 묶어두는 것은 공정 경쟁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종합건설업계 내에서도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이 겪는 경영난은 통계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현재 국내 종합건설업체의 98%는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며 대형 건설사와는 경영 여건이 판이하게 다르다. 특히 지난해 단 한 건의 공사도 수주하지 못한 종합건설업체는 2,600여 개에 달하며 이는 전체의 15%에 육박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전문업계는 보호라는 명분 아래 모든 종합공사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반면 영세 종합업체들은 최소한의 일감조차 확보하지 못해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불평등한 시장 구조 속에서 보호 기간을 또다시 연장하는 것은 영세 종합건설업계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탄원서 제출 후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을 면담하고 내년 1월 완전 개방 이행을 거듭 압박했다.
반면 전문건설업계는 자본력과 장비를 갖춘 종합건설사가 소규모 시장에 진입할 경우 영세 전문업체들의 설 자리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이들은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해서는 과도기적인 보호 장치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결단을 요구 중이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건설업계 내의 갈등은 업종 간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탄원서 접수를 계기로 업계의 의견을 종합 검토하여 향후 정책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업역 폐지라는 대원칙을 고수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교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시장 질서 확립과 취약 계층 보호라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낼지에 따라 국내 건설산업의 미래 지형도가 바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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