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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적 약탈금융' 직격탄에 금융권 굴복… 상록수 연체채권 새도약기금으로 전격 이관

정휘 기자
'원시적 약탈금융' 직격탄에 금융권 굴복… 상록수 연체채권 새도약기금으로 전격 이관
©연합뉴스

 

국내 주요 은행과 카드사들이 민간 배드뱅크인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가 보유해온 장기 연체채권 지분을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장기 연체자에 대한 추심이 즉각 중단되고 정부 주도의 본격적인 채무 조정 절차가 시작된다. 이는 대통령이 직접 민간 부실채권 처리 방식의 비인간성을 질타한 직후 나온 금융권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다.

금융권이 민간 배드뱅크를 통해 관리해오던 장기 부실채권 지분을 공공 영역인 새도약기금으로 넘기며 채무자 구제에 나선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IBK기업은행을 비롯해 신한카드와 우리카드 등 주요 금융회사들은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 내 자사 보유 지분을 캠코의 새도약기금에 매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민간 차원에서 운용되던 부실채권 처리 시스템이 정부의 공적 구제 금융 체계 안으로 편입됨을 의미한다.

이번 매각 결정에는 1금융권과 대형 카드사들이 대거 참여하며 채권 정리 규모를 키웠다. 상록수 지분의 약 70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는 신한카드(30%), 하나은행(10%), IBK기업은행(10%), 우리카드(10%), 국민은행(5.3%), 국민카드(4.7%) 등이 매각에 합의했다. 금융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발맞춰 나머지 지분을 소유한 민간 대부업체들도 지분 매각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새도약기금으로 이관된 장기 연체채권은 그 즉시 모든 추심 활동이 중단되는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채권 매입 이후 캠코는 차주의 상환 능력에 대한 정밀 심사를 거쳐 원금 감면을 포함한 채무조정 및 장기 분할상환 프로그램을 가동할 예정이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취약계층으로서 상환 능력이 전무하다고 판단되는 차주의 채권은 1년 이내에 자동 소각 처리된다.

상록수는 지난 2000년대 초반 발생한 카드대란 당시 부실화된 소액 연체 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주요 금융사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특수목적법인이다. 그간 상록수는 민간 법인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소액 연체 채권 정리 정책인 새도약기금 참여를 거부하며 독자적인 추심 활동을 지속해왔다. 이로 인해 동일한 시기에 빚을 진 연체자들 사이에서도 채권 보유 기관에 따라 구제 여부가 갈리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금융권의 이번 결정은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상록수의 추심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장기 연체 채권 추심을 '원시적 약탈금융'으로 규정하며 서민들의 경제적 재기를 가로막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금융당국과 해당 금융사들은 긴급 검토에 착수했으며 사회적 책임 이행 차원에서 지분 매각을 서둘러 확정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금융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민간 계약에 의해 성립된 채권 추심권을 정치적 압박으로 포기하게 만드는 선례가 금융 시스템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다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시장 질서보다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우선이라는 점에 무게를 두고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 연체 채권의 회수 실익보다 사회적 비용과 금융권에 대한 국민적 신뢰 저하를 더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지분 매각은 단순한 자산 처분이 아니라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포용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향후 새도약기금은 이번에 확보한 채권을 바탕으로 대규모 채무 정리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민간 배드뱅크에 남아 있는 다른 장기 부실채권들에 대해서도 공적 정리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장기 연체자들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 경제 활동 인구로 복귀함에 따라 내수 경기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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