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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AI 주권 확보에 2조 원 전격 투입... 'K-엔비디아' 육성으로 외산 의존 끊는다

윤근일 기자
금융위, AI 주권 확보에 2조 원 전격 투입... 'K-엔비디아' 육성으로 외산 의존 끊는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인공지능(AI)을 전기와 인터넷에 이은 국가 핵심 인프라로 규정하고 올해 4개월간 2조 원의 정책 자금을 집중 투입했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소버린 AI'와 'K-엔비디아'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며 독자적인 연산 인프라와 모델 역량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이는 전체 국민성장펀드 집행액의 24%에 달하는 규모로 국내 AI 생태계의 자립화를 위한 모험자본의 역할을 강화하는 조치다.

금융당국이 독자적인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국가 안보와 직결된 생존 과제로 판단하고 대규모 정책 금융 지원을 통한 시장 질서 재편에 나섰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 AI 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AI를 새로운 국가 인프라로 정의하며 독자적인 연산 역량 확보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와 외산 빅테크 기업에 대한 기술 종속을 탈피하고 데이터 주권을 수호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국민성장펀드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AI 분야에만 총 2조 원 규모의 자금을 4건의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이는 같은 기간 승인된 전체 펀드 집행액 8조 4,000억 원 중 약 24%를 차지하는 비중으로 단일 산업 분야로는 이례적인 집중 투자에 해당한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꾀하고 국내 유망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세부 투자 내역을 살펴보면 AI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인 리벨리온에 6,400억 원의 직접투자가 단행되었으며, 생성형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에도 5,600억 원이 투입되었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에 4,000억 원의 투융자가 결정되었고, 네이버에는 AI 모델 고도화를 위한 4,000억 원 규모의 저리 대출이 지원되었다. 이러한 다각도 지원은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컴퓨팅 자원에 이르는 AI 가치사슬 전반을 포괄하는 전략적 포석이다.

현재 국내 AI 생태계는 반도체와 모델, 클라우드 인프라의 상당 부분을 외산 기술에 의존하고 있어 산업 안보 측면에서 취약점이 노출된 상태다. 이 위원장은 "AI 시대의 경쟁력은 누가 독자적인 연산 인프라와 데이터, 모델 역량을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며 저전력 고효율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국산 반도체 육성을 강조했다. 결국 AI 주권 확보가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위는 국민성장펀드의 1차 메가프로젝트로 'K-엔비디아' 사업을 추진한 데 이어 2차 프로젝트에서는 '소버린 AI'를 핵심 키워드로 설정했다. 소버린 AI는 국가별 고유의 문화와 가치관을 반영한 독자적 AI 역량을 의미하며,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국가 데이터 주권 보호와 직결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단기적 수익성보다는 기업의 미래 가치와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는 인내자본의 역할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이 위원장은 "소버린 AI의 길은 단시간에 결과가 나오는 짧은 경주가 아니다"라며 "단기 수익만 바라보는 자본이 아니라 기업의 가능성과 시간을 믿고 함께 가는 모험자본과 인내자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는 고위험 고수익 특성을 지닌 AI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정책 금융이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시장 중심적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 간담회에는 업스테이지, LG AI연구원, 뤼튼 AI, 로앤컴퍼니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참석하여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특정 분야에 대한 대규모 정책 자금 집중이 시장의 자율적인 자원 배분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정부 주도의 투자가 민간 자본의 구축 효과를 초래하거나 지원 대상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엄격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책 금융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투자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지표를 마련하는 것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

금융위원회는 향후 국민성장펀드가 AI 반도체 등 유망 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수 있도록 '성장기업 발굴 협의체'를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민관 협업 시스템을 통해 기술력 있는 기업을 조기에 포착하고 적기에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체계적인 지원책이 실질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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