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제과업체 가루비가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나프타 수급난으로 주력 제품인 감자칩 포장재를 흑백으로 전환하며 글로벌 공급망 위기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이번 조치는 인쇄용 잉크 공급망 마비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오는 25일 출하분부터 총 14종의 제품에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제과 기업 가루비가 중동 사태 여파로 인한 원자재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주력 제품인 '포테토칩스'의 포장재를 흑백으로 인쇄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석유화학 제품인 나프타 수급 불균형이 인쇄용 잉크 공급망까지 마비시킨 결과로 분석된다.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단순한 제조 공정을 넘어 소비재의 외관까지 변화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는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의 국제가격을 급등시키고 물류 흐름을 저해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보도를 통해 중동의 긴장 고조가 아시아 지역의 석유화학 허브에 심직한 원료 부족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프타는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특수 잉크와 도료의 핵심 원료로 사용되기에 이번 가루비의 결정은 산업 전반의 위기를 상징한다.
가루비는 오는 25일 출하분부터 저염 맛, 콘소메 맛, 김 맛 등 총 14종의 주력 제품에 대해 순차적으로 흑백 포장재를 적용할 방침이다. 회사는 이미 주요 납품업체와 거래처에 이 같은 방침을 공지하고 향후 정세 변화에 따른 추가적인 대응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는 단순한 원가 절감 차원을 넘어 제품 생산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조업체의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로이터 통신은 일본 제조업계가 에너지와 자원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외부 충격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인쇄 공정에서 필수적인 다색 잉크의 수급이 끊기면서 기업들은 브랜드 정체성 훼손을 감수하고서라도 실리적인 생산 방식을 택하고 있다. 가루비 관계자는 "원재료 수급 불안이 지속될 경우 포장재 사양 변경 외에도 제품 라인업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들은 이번 잉크 부족 사태가 제과업계에 국한되지 않고 식품 및 생필품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포장재 인쇄의 간소화는 단기적으로는 생산 비용을 보전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구매 의욕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된 현재의 시장 질서 속에서 기업들의 선택지는 좁아지는 추세다.
"글로벌 공급망의 단절은 이제 기업의 마케팅 전략보다 생존을 위한 운영 효율성을 우선하게 만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비용 효율화와 공급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기존의 화려한 패키징을 포기하는 사례는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포장의 변화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블록화와 자원 무기화가 초래한 필연적 결과다.
일각에서는 이번 흑백 포장 전환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신선함을 줄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도 존재하나 이는 극히 일부의 의견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마케팅 전문가들은 시각적 요소가 중요한 제과 시장에서 흑백 포장이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류 마비와 원료 부족이라는 실질적인 위기 앞에서는 브랜드 가치보다 공급의 안정성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향후 글로벌 시장은 자원 수급의 불안정성이 상시화되는 '뉴 노멀' 시대에 진입하며 제조업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특정 지역에 편중된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고 대체 원료 개발 및 공급망 다변화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일본 가루비의 흑백 포장 감자칩은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가장 극단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자구책으로 기록될 것이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82892.jpg?aspect_ratio=288:168&crop_gravity=northwest&width=2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