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역대급 수익 구간에 진입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총이익률 66%를 기록한 TSMC는 엔비디아와 애플 등 핵심 고객사의 압도적인 물량 확보에 힘입어 자본지출 규모를 최대 560억 달러까지 확대하며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TSMC의 주가수익비율이 업계 평균을 밑도는 저평가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과 함께 향후 파운드리 시장의 독점적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TSMC는 메모리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칩과 애플의 차세대 스마트폰 칩 생산을 독점하며 전 세계 반도체 생태계의 대체 불가능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보도를 통해 TSMC가 인공지능 붐의 실질적인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첨단 산업 분야에서 필수적인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지배력은 단순히 생산량의 우위를 넘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제품 출시 주기와 기술 표준을 결정짓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회사의 재무 건전성은 매출 증가 속도가 비용 상승 폭을 압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완벽하게 증명되고 있는 양상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총이익률은 전년 동기 59%에서 66%로 급등하며 가파른 수익성 개선을 이뤄냈는데 이는 제조업 분야에서 극히 이례적인 수치다. 첨단 공정 공장이 풀가동에 가깝게 운영되면서 고정비 부담이 상쇄되는 규모의 경제 효과가 극대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공격적인 설비 투자 계획 역시 시장의 과잉 투자 우려를 불식시키며 미래 성장에 대한 강력한 신뢰를 뒷받침하고 있다. TSMC는 올해 자본지출 규모를 당초 전망치의 최상단인 560억 달러 수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위험 요소가 아닌 전략적 확대로 수용하고 있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올해 매출 증가율이 30%를 상회하며 투자 증가세를 충분히 앞지를 것"이라며 수익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표명했다.
주요 고객사들이 반도체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지불하는 막대한 규모의 선급금은 TSMC의 현금 흐름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회계연도 4분기에만 950억 달러가 넘는 구매 약정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은 TSMC에 지급될 제조 비용을 반영한 수치다. 이는 불과 2년 전의 구매 약정 규모인 160억 달러와 비교했을 때 6배 가까이 폭증한 것으로 인공지능 설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대항마를 찾기 어렵다는 점은 향후 시장 지배력이 장기간 유지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매출 격차는 여전히 압도적이며 인텔과 일본 라피더스 등 후발 주자들은 시장 안착을 위해 고전하고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인텔과 손잡고 추진 중인 테라팹 프로젝트 역시 실제 양산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특정 기업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의 과도한 의존도가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나 수요 변동 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한다. 반도체 생산의 지나친 집중화는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 잠재적인 위협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이는 각국 정부의 반도체 자급화 정책을 자극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TSMC의 미세 공정 기술력과 수율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러한 우려를 상쇄하는 강력한 방어 기제다.
기업 가치 평가 측면에서 TSMC는 여전히 매력적인 저평가 구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외신의 공통된 분석이다. 현재 TSMC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약 21배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평균치인 26배를 현저히 밑돌고 있다.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 또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나타나 향후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될 여지가 충분하다.
결국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은 고도의 공정 기술과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보유한 TSMC를 중심으로 더욱 강력하게 결집될 전망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고성능 맞춤형 칩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이는 곧 TSMC의 실적 확대로 직결되는 구조다. 시장은 이제 TSMC를 단순한 위탁생산 업체를 넘어 글로벌 인공지능 생태계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설계자로 재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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