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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전쟁 리스크 정면 돌파... 정부, 해외법인 긴급자금 1.2조로 대폭 증액

정휘 기자
관세·전쟁 리스크 정면 돌파... 정부, 해외법인 긴급자금 1.2조로 대폭 증액
©연합뉴스

 

정부가 미국의 관세 장벽과 중동 분쟁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심화된 우리 기업의 해외 현지법인을 위해 경영자금 지원 규모를 기존 3억 달러에서 8억 달러로 대폭 확대했다. 이번 조치로 한화 약 1조 1,932억 원 규모의 유동성이 공급되며,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의 지원 문턱도 획기적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를 거쳐 국제 정세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해외 현지법인 운전자금 특별지원 지침 개정을 완료하고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정부가 대외 경영 환경 악화로 위기에 처한 우리 기업의 해외 현지법인을 돕기 위해 총 8억 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기존 지원 한도인 3억 달러에서 약 2.7배 늘어난 수치로, 한화로는 약 1조 1,932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 투입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지난달 30일 관련 지침 개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지원 확대에 나섰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고관세 정책 기조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며 현지 법인들의 자금난이 심화된 데 따른 긴급 처방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서 원자재를 확보하고 운영 자금을 조달하는 데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정부는 대외 변수가 국내 수출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지난해 6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제도를 처음 도입한 이후 꾸준히 지원 범위를 넓혀왔다. 현재까지 넥센타이어 체코 생산공장과 경동나비엔 미국 법인 등 총 8개 중소·중견기업에 2억 1,000만 달러의 운전자금을 성공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최근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해 현장의 자금 수요가 당초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무보의 정밀 분석 결과 올해 우리 기업 해외 현지법인의 자금 지원 수요는 약 3억 8,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었다. 이는 기존의 3억 달러 한도로는 정상적인 대응이 불가능한 수준임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무보는 유효 계약액 2억 달러와 예상 수요 4억 달러, 여기에 돌발 상황에 대비한 예비 한도 2억 달러를 더해 총 8억 달러라는 증액 규모를 산출했다.

지원 대상 선정을 위한 문턱도 대폭 낮추어 정책의 실효성을 높였다. 기존에는 매출액의 30%와 자기자본의 2배 중 적은 금액을 지원 한도로 설정하여 자본력이 약한 판매법인들이 혜택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무보는 국내 모기업의 지급보증이 있는 경우 자본금 규모와 상관없이 매출액의 30%까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전격 수정했다.

대기업과 함께 해외 시장에 진출한 중소·중견 협력사에 대해서는 더욱 파격적인 우대 조치를 적용한다. 이들 협력사가 현지에서 원활하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매출액의 최대 50%까지 한도를 우대하여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대기업 중심의 해외 진출 생태계를 보호하고 낙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시장 효율성 중심의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지침의 명칭 또한 '미(美) 관세 대응'에서 '국제 정세 변동 대응'으로 변경하여 정책의 포괄성을 확보했다. 특정 국가의 관세 조치에 국한되지 않고 전쟁이나 공급망 붕괴 등 전 세계적인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아울러 지난 4월 시행된 국내은행 전용 해외사업금융보험 지침과의 중복 사항을 정리하여 현장의 업무 혼선을 사전에 차단했다.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자금 조달 문제로 현지 사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지원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이번 규정 정비가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공급망 안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수출 기업의 금융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자금 지원 확대가 공공기관의 재무 건전성에 장기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지원 규모가 1조 원을 상회하는 만큼 지원 대상 기업의 상환 능력에 대한 엄격한 심사와 사후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책 자금이 부실 기업의 생명 연장에 사용되지 않도록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정교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정부는 향후 국제 정세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필요시 추가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해외 현지법인의 안정적인 운영이 국내 본사의 수출 실적과 직결되는 만큼 전방위적인 지원 체계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기업들은 이번 증액 조치를 활용해 원자재 선제 확보와 현지 마케팅 강화 등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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