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법원의 확정판결을 취소해달라는 재판소원 사건 2건을 전원재판부에 추가로 회부하며 사법부 판단의 위헌성 여부를 가리는 심리에 착수하였다. 이번 결정으로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전원재판부의 판단을 받게 된 사건은 총 3건으로 늘어났으며, 법원의 법률 해석에 따른 기본권 침해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접수된 651건의 사건 중 80% 이상이 각하된 가운데 대형 로펌이 대리한 사건들이 연이어 문턱을 넘으면서 향후 헌재와 대법원 간의 권한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는 12일 지정재판부 평의를 통해 A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김영수 변호사가 각각 청구한 재판취소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는 지난달 28일 녹십자가 제기한 백신 입찰담합 과징금 관련 사건이 처음으로 사전심사를 통과한 이후 보름 만에 이루어진 추가 조치이다. 지난 3월 12일 재판소원 제도가 본격 시행된 이후 전날까지 접수된 총 651건의 사건 중 523건이 각하 처리된 상황에서 이번 회부 결정은 법률 해석의 위헌성을 다투는 고도의 법리적 판단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A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제기한 사건은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한 토지 매매대금의 반환 여부를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비롯되었다. 조합 측은 2017년 서울시 및 영등포구와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지급했으나, 해당 토지가 무상양도 대상임에도 유상으로 계약한 것은 무효라며 부당이득반환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은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거쳐 지난 3월 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조합 측의 최종 패소로 확정된 바 있다.
조합은 구 도시정비법 제65조 제1항 제2문이 정한 무상귀속 규정이 민간 사업시행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법원의 해석을 문제 삼았다. 법원이 해당 법률을 위헌적으로 해석하여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재산권, 그리고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였다는 것이 청구의 핵심 요지이다.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하는 이 사건은 공공시설의 기부채납 및 무상양도 범위를 둘러싼 기존 법원의 판례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김영수 변호사가 청구한 사건은 수사 기관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적 정당성과 기본권 침해 문제를 다룬다.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은 2022년 7월 참고인 신분인 김 변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영장 사본을 교부하지 않았으며, 김 변호사는 이에 불복해 준항고를 제기하였다. 서울중앙지법은 김 변호사와 같은 참고인은 영장 사본을 교부받을 권리가 없다고 해석하며 준항고를 일부 기각했고, 대법원 역시 지난 2월 재항고를 기각하며 원심을 확정하였다.
김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제118조가 압수수색 영장 교부 대상을 피고인으로 한정하고 있는 점을 법원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여 참고인의 기본권을 외면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의 결정이 압수수색 처분을 받는 모든 이에게 영장 사본을 교부해야 한다는 헌법적 원칙을 위배하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했다는 논리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이 적법절차 원칙과 관련하여 전원재판부에서 심층적으로 논의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법조계 내부에서는 이번 전원재판부 회부가 헌재의 위상 강화와 사법부 견제라는 측면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법률 전문가는 "법원의 확정판결을 헌재가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사법권의 독립과 국민의 기본권 구제라는 두 가치가 치열하게 충돌하는 지점이다"라고 분석하였다. 헌재는 향후 피청구인인 대법원장과 서울고등법원장에게 답변서를 요청하고,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등 관계 기관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까지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3건의 사건이 모두 대형 로펌의 조력을 받았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재판소원 제도가 본래 취지인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 구제보다는 자금력을 갖춘 기업이나 특정 계층의 사법 절차 연장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녹십자 사건은 법무법인 율촌이, 재건축 조합 사건은 광장이, 김 변호사 사건은 대륜이 대리하거나 직접 청구하는 등 대형 로펌의 영향력이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향후 헌재의 최종 판단은 법원의 법률 해석 권한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헌재가 법원의 판결을 위헌으로 판단하여 취소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대법원과의 해묵은 최고 법원 논란이 다시 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판소원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 여부는 이번에 회부된 사건들이 보여줄 법리적 완결성과 사회적 합의 도출 능력에 달려 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조치는 법원의 판결이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는지를 재검증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651건 중 단 3건만이 본안 심리에 해당하는 전원재판부로 넘어갔다는 사실은 헌재가 재판소원의 남발을 경계하면서도 상징적인 사건을 통해 제도의 기틀을 잡으려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지 않으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하는 헌재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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