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가 국제 유가 급등과 정부의 재정 확장 기조에 따른 우려로 일제히 폭등하며 3년물 기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7.6bp 오른 연 3.674%로 마감하며 시장의 극심한 불안감을 반영했다. 특히 10년물 이상의 장기물 금리가 두 자릿수 상승폭을 기록하며 전반적인 시장 혼란을 가중시켰다.
국고채 금리가 유가 상승과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라는 이중고를 만나며 종가 기준 올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12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지표물인 3년물 금리는 연 3.674%를 기록하며 시장의 심리적 저지선을 위협했다. 장기물인 10년물 금리는 10.6bp 상승한 연 4.056%에 도달했으며, 20년물과 30년물은 각각 12.1bp씩 오르며 연 4.060%와 연 3.971%에 장을 마쳤다. 50년물 역시 11.8bp 급등한 연 3.821%를 기록하며 전 구간에서 금리 상방 압력이 거세게 작용했다.
시장 금리를 끌어올린 일차적인 동인은 중동 지역의 긴장 재고조에 따른 국제 유가의 가파른 상승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상태를 불안정하게 평가하면서 국제 유가는 다시 3% 가까운 오름세를 나타냈다.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4.21달러로 2.9% 상승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배럴당 98.07달러로 2.8% 오르며 인플레이션 압박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휴전이 대대적으로 생명연장 장치에 의존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에너지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시사했다.
에너지 공급 혼란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경고는 시장의 공포를 더욱 자극했다. 세계 최대 석유 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언급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였다. 나세르 CEO는 "설령 오늘 당장 해협이 개방되더라도 시장 균형 회복에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봉쇄가 수주 더 이어진다면 2027년까지도 정상화가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공급 측면의 리스크는 채권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매도 신호로 작용했다.
국내 정책 변수 역시 금리 상승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적극적인 재정 운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과감한 재정 투입이 경제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이 입증되었다고 발언했다. 시장은 이를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으로 해석하며 국채 발행 물량 부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정부의 재정 확장 기조가 확인되면서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장기물 금리를 더욱 가파르게 밀어 올렸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과 물가 지표 발표에 대한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유가는 이제 미국과 이란이 협상을 해도 되돌리기에는 늦었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오늘 미국 물가 발표에 대한 부담도 금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이 3년 국채선물을 2,213계약, 10년 국채선물을 871계약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으나 거대한 금리 상승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장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전반적인 혼란으로 인한 발작적 반응으로 규정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재정 확장 관련 언급으로 하반기 추가 추경 편성 가능성이 제기되며 장기물 금리를 들어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오늘은 시장이 전반적인 혼란으로 인한 '탠트럼'(tantrum·금리 급등 및 시장 요동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단기물인 1년물과 2년물 금리도 각각 4.4bp, 6.2bp 오르며 시장 전반에 걸친 매도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다만 정부 일각에서는 이러한 재정 확장이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과도한 금리 상승이 실물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가 더 크다는 논리다. 하지만 채권 시장은 재정 건전성 훼손과 물가 자극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회사채(무보증 3년 AA-) 금리 역시 6.6bp 오른 연 4.311%를 기록하며 민간 자금 조달 비용 상승으로 번졌다.
향후 채권 시장은 미국의 물가 지표와 정부의 구체적인 재정 운용 계획에 따라 변동성을 키울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상존하는 가운데 정부의 추경 편성 여부가 확정될 때까지 금리 상단은 열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유가 추이와 함께 정책 당국의 메시지에 집중하며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시장의 '탠트럼' 현상이 진정되기 위해서는 대외 지정학적 리스크의 해소와 정책적 신뢰 회복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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