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경영난을 이유로 37개 매장의 영업 중단을 결정한 가운데, 당초 약속했던 직원 전환배치 계획을 하루 만에 철회하며 노사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휴업 점포 직원이 받게 될 수당은 월 140만 원 수준에 불과해 최저생계비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는 형국이다. 사측은 긴급 자금 조달을 통한 경영 정상화 이후 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이를 고용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기만책으로 규정했다.
홈플러스가 수익성 악화에 따른 점포 휴업 조치와 관련하여 제시했던 인력 전환배치 약속을 전격 취소하며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측은 지난 8일 전체 104개 대형마트 매장 중 기여도가 낮은 37개 매장의 영업을 오는 7월 3일까지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하며, 해당 점포 인력을 희망에 따라 타 매장으로 배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상품 납품 여건과 수용 능력 한계를 이유로 해당 계획을 철회하면서 고용 불안은 극에 달한 상태다. 민주노총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이번 결정을 직원과 국민을 기만하는 사기극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휴업 대상 점포 직원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당장의 생계 유지를 위한 소득 감소와 재취업의 제도적 차단이다. 노조 측 자료에 따르면 홈플러스 매장 직원의 대다수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수령하고 있으며, 휴업수당 70%를 적용할 경우 실제 월 수령액은 140여만 원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회사의 취업규칙에 명시된 이중취업 금지 조항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노동자들은 부족한 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다른 경제 활동조차 원천적으로 봉쇄된 실정이다. 이러한 구조적 제약은 근로자들을 퇴직 후 실업급여에만 의존해야 하는 벼랑 끝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조합은 사측의 일련의 행보가 기업 인수합병을 앞둔 사전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마트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회사가 최근 익스프레스 부문의 선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시행을 기습 발표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인수 주체가 고용승계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에서, 사측이 미리 인력을 감축하여 비용과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전환배치 약속을 철회하고 이중취업까지 봉쇄하면서 직원들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는 막막한 처지에 놓였다"며 실질적인 생계 보장 대책을 촉구했다.
사측은 현재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67개 점포의 경영 상황 역시 정상적인 인력 수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되었다는 점을 항변의 근거로 내세웠다. 홈플러스는 언론 배포 자료를 통해 기존 점포들조차 상품 공급 차질로 인해 고객 방문이 급감하는 등 비정상적인 운영 상태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유동성 위기 속에서 무리한 인력 전환배치를 강행하기보다는, 우선적으로 운영 효율화를 통해 기존 거점 점포의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논리다. 이는 시장 논리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하며 노조의 요구와 대립각을 세우는 지점이다.
경영진은 현재 추진 중인 자금 조달 계획이 성사되어야만 고용 유지에 관한 추가적인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홈플러스는 현재 진행 중인 긴급운영자금(DIP) 대출이 성공적으로 조달되고, 이를 바탕으로 67개 핵심 점포의 영업이 일정 수준 이상 정상화되는 시점에 전환배치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금 수혈을 통한 공급망 복구와 매출 회복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인력 배치는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대출 실행의 시기와 규모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러한 약속이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대형 유통업계의 급격한 업황 악화와 구조적 변화 속에서 발생한 전형적인 노사 갈등의 단면이라고 분석한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인수합병을 앞둔 기업의 경우 고용 안정성 확보가 가장 예민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며 "사측은 투명한 경영 정보를 공유하고, 노조는 현실적인 경영 위기를 직시하는 가운데 생계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법치와 시장 질서를 중시하는 관점에서도 기업의 존속을 위한 효율화는 필요하나, 절차적 정당성과 신뢰를 저버린 소통 방식은 향후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향후 홈플러스의 운명은 7월 초로 예정된 대규모 휴업 시점 전까지 가용 자금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금 조달이 지연되거나 경영 정상화가 늦어질 경우, 전환배치 철회로 시작된 노사 간의 균열은 법적 분쟁이나 장기 파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이중취업 금지 조항의 한시적 예외 적용 요구 등 구체적인 생계 대책에 대해 사측이 어떠한 유연성을 발휘할지가 사태 해결의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유통 시장의 지각변동 속에서 홈플러스가 고용 유지와 경영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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