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미국 성인 24퍼센트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 조작 확신 정치적 불신이 낳은 음모론의 일상화

이겨례 기자
미국 성인 24퍼센트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 조작 확신 정치적 불신이 낳은 음모론의 일상화
©연합뉴스

 

미국인 4명 중 1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최근의 암살 시도가 정치적 목적으로 조작되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뉴스 감시기구 뉴스가드에 따르면 응답자의 24퍼센트가 워싱턴 만찬장 인근 총격 사건을 허위로 규정했으며, 이는 미 정치권의 극심한 양극화와 제도권 언론에 대한 불신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미국 사회의 정보 신뢰도가 심각한 붕괴 위기에 직면하며 객관적 사실조차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해석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가짜뉴스 감시기구 뉴스가드가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상당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물리적 위협을 자작극으로 치부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4일까지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현대 민주주의의 토대인 사실에 대한 합의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응답자의 24퍼센트는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만찬장 인근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이 조작되었다고 확신했다. 전체 조사 대상자의 45퍼센트만이 해당 사건을 실제 사실로 받아들였으며, 32퍼센트는 사건의 진위 여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국가 수반을 향한 테러 위협이라는 엄중한 사안조차 대중의 절반 이상으로부터 온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정치적 성향에 따른 인식의 격차는 미국 내 지지층 분열이 정보의 수용 단계에서부터 작용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야당인 민주당 지지자들 중 33퍼센트가 이번 총격 사건을 조작된 것으로 간주한 반면, 집권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그 비율이 13퍼센트에 그쳤다.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이러한 확증 편향은 개인이 믿고 싶은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에코 체임버' 현상이 온라인 미확인 정보를 타고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사건의 실체는 사법 당국의 수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음모론의 확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총격 용의자인 콜 토머스 앨런은 지난달 25일 저녁 워싱턴 힐튼 호텔의 보안 검색 구역으로 돌진해 총격을 벌이다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그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 암살 미수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으나, 사법 절차의 진행과는 별개로 대중의 의구심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정부와 언론 시스템 전반에 대한 깊은 불신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한다. 소피아 루빈슨 뉴스가드 편집자는 "정부와 언론을 불신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온라인에 유포되는 미확인 정보를 맹신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제도권 매체가 제공하는 팩트체크 기능이 더 이상 대중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기능 부전 상태에 빠졌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과거의 암살 시도 사례들 역시 유사한 음모론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7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귀에 관통상을 입었던 사건에 대해서도 미국인의 24퍼센트가 조작설을 지지했다. 특히 해당 사건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의 42퍼센트가 조작이라고 답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는 7퍼센트만이 동조하여 정당별 인식 차이가 6배에 달하는 극단적 양상을 보였다.

같은 해 9월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골프장에서 발생한 암살 미수 사건 역시 응답자의 16퍼센트가 조작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러한 반복적인 음모론 확산이 미국 정치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사회적 비용을 증대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물리적 증거가 명확한 사건조차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진실 공방의 대상이 되는 현상은 국가적 통합을 저해하는 핵심 기제로 작용한다.

백악관은 이와 같은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음모론 차단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미 백악관 대변인실의 데이비스 잉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암살 시도를 조작했다고 믿는 사람은 완전한 바보"라며 조작설을 정면으로 일축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강경한 입장 발표가 오히려 음모론자들에게는 또 다른 은폐 시도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비판적 시각에서는 이러한 여론 조사가 오히려 음모론에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사회적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표본 집단의 크기나 설문 문항의 설계 방식에 따라 결과가 왜곡될 수 있으며, 소수의 극단적인 의견이 전체 여론인 것처럼 비춰질 위험이 있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의 무결성이 훼손된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사실과 의견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향후 미국 대선 정국이 심화될수록 정보의 진위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시장 질서와 국가 안보의 안정을 위해서는 정보의 투명성 확보와 더불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통한 시민들의 자정 작용이 절실한 시점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가짜뉴스 방치와 정치권의 선동적 수사가 맞물리는 한, 미국 사회의 신뢰 회복은 요원한 과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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