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의회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90퍼센트 농도의 우라늄 농축 가능성을 공식화하며 국제 안보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현재 이란은 60퍼센트 농도의 농축 우라늄 약 440킬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기술적 보완만으로도 즉각적인 핵탄두 제조가 가능한 임계 수치로 평가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 내 목표물에 대한 2주간의 전면 공격을 시사함에 따라 중동의 핵 대결은 돌이킬 수 없는 강 대 강 국면으로 진입했다.
이란 의회 내 핵심 기구인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가 핵무기급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중동의 핵 확산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에브라힘 레자이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 대변인은 현지시간 12일 이란에 대한 외부 공격이 재개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대응 중 하나로 90퍼센트 농도의 우라늄 농축을 명시했다. 레자이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의회 차원에서 이 선택지를 진지하게 검토 중임을 밝히며 서방 세계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이란의 강경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면적인 군사 압박에 대한 직접적인 반작용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공전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2주 안에 이란 내 모든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백악관의 이러한 초강수 발언은 이란 지도부를 자극했으며, 결과적으로 이란이 핵 카드라는 최후의 수단을 꺼내 들게 만든 도화선이 되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국제 사회는 이란이 이미 보유한 60퍼센트 농도의 우라늄 440킬로그램이 90퍼센트로 전환되는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60퍼센트 농축 우라늄은 물리적으로 90퍼센트까지 농축하는 데 필요한 노력의 90퍼센트 이상을 이미 마친 상태나 다름없다. 이란이 결단할 경우 수주 이내에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수준의 물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국제원자력기구와 서방 정보 당국의 공통된 우려다.
이란 의회의 수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장 역시 군사적 대응 태세를 강조하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갈리바프 의장은 이란 군이 어떠한 형태의 침략에도 단호하게 대응할 준비를 마쳤으며, 미국의 재공격 시 상상을 초월하는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러한 발언은 단순한 수사를 넘어 이란 내 강경파들이 핵무장론을 국가 생존 전략의 핵심으로 격상시켰음을 시사한다.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중동의 핵 위기 고조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며 국제 유가의 변동성을 촉발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와 핵 시설 타격 가능성은 공급망 붕괴를 우려하는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핵 임계점 접근은 단순히 지역적 분쟁을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변수"라고 진단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란의 이러한 발언이 실제 핵무기 제조보다는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란이 90퍼센트 농축을 실행에 옮길 경우 국제 사회의 전방위적 제재와 군사적 타격 명분을 제공하게 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행동보다는 정치적 압박용일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이러한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한 대외 정책과 이란의 강경 기조가 충돌하면서 오판에 의한 국지적 충돌 가능성은 여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향후 중동 정세는 미국의 실질적인 군사 행동 여부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시설 가동 수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 권한 강화와 외교적 중재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핵 확산 금지 체제의 붕괴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은 중동발 안보 리스크가 공급망 안정에 미칠 파장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비상 대응 체계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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