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경찰서의 수사 및 형사 실무 책임자 5명 전원이 전격 교체됐다. 이는 2019년 이른바 '버닝썬' 사태 이후 시행된 인적 쇄신 중 가장 큰 규모다. 반복되는 유착 비리와 근무 기강 해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경찰 수뇌부가 외부 인력을 수혈하는 초강수를 뒀다.
서울경찰청이 단행한 2026년 상반기 경정급 정기인사에서 강남경찰서의 핵심 보직인 수사 1·2·3과장과 형사 1·2과장이 모두 새로 발령됐다. 이번 인사는 특정 경찰서의 수사 및 형사 라인 지휘부 전체를 한꺼번에 교체하는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받는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조직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마지막 자구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휘부 전원 교체는 강남권 경찰 조직의 고질적인 유착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신임 수사 1과장에는 경북경찰청에서 전입한 손재만 경정이 임명됐으며 수사 2과와 3과 역시 경기남부청 출신의 유민재, 채명철 경정이 각각 맡게 됐다. 서울청 내부 인사가 아닌 타 시도 경찰청 출신의 인력들을 전면에 배치한 점은 지역 연고나 기존 인맥에 의한 유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계산이다. 형사 라인 역시 강서경찰서와 용산경찰서에서 검증된 인력들을 투입하며 진용을 완전히 새로 구축했다. 외부 수혈을 통한 인적 쇄신은 조직 내 타성을 타파하고 객관적인 수사 질서를 확립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규모 인사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수사 유착 의혹과 비위 사건들이다. 수사 1과와 2과는 방송인 양정원 씨가 2024년 필라테스 학원 가맹점주들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을 담당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사 결과 양 씨의 남편 이 모 씨가 당시 수사팀장에게 향응을 제공하고 수사 무마를 청탁한 정황이 포착되어 검찰 수사로 번졌다. 법치주의의 근간인 수사 공정성이 일선 경찰서 지휘부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된 사례다.
근무 기강 해이 문제는 수사 부서뿐만 아니라 형사 부서에서도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방송인 박나래 씨를 수사하던 전임 형사과장은 수사 도중 돌연 퇴직한 뒤 사건 상대측인 대형 로펌에 취업하여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피의자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비트코인 22개가 외부로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뒤늦게 확인되며 관리 감독 부실의 민낯을 드러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강남경찰서가 단순한 개별 비위를 넘어 구조적인 기강 해이 상태에 빠져 있음을 방증한다.
강남경찰서는 2019년 버닝썬 유착 논란 이후 경찰청에 의해 특별 인사 관리 구역으로 지정되어 엄격한 감시를 받아왔다. 특별 관리 구역 지정에도 불구하고 비위가 반복되는 것은 기존의 온정주의적 인사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 경찰은 이번 인사를 통해 강남서에 장기 근무한 수사 인력들을 대상으로 하는 순환 인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는 특정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형성되는 사적인 네트워크가 공적인 수사 업무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격리하는 조치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강남경찰서의 수사 신뢰도가 임계점을 넘었다는 판단 아래 조직 쇄신 차원에서 단행된 필연적인 결과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만큼 그에 상응하는 도덕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 집행 기관의 청렴성은 시장 경제의 예측 가능성과 사회적 비용 감소를 위해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핵심 가치다. 이번 인사가 단순히 사람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제도적 투명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사 지휘부의 전면 교체가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사건들의 수사 연속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갑작스러운 인력 이동으로 인해 사건 파악에 시간이 소요되거나 수사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조직의 기강이 무너진 상태에서 진행되는 수사는 그 결과가 정의롭더라도 대중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반론이 지배적이다. 일시적인 업무 공백보다는 수사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 사법 체계의 장기적인 효율성 측면에서 더 이롭다.
경찰은 경정급 인사에 이어 경감급 이하 실무자들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후속 인사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 지난 8일부터 강남권 이외의 수사 경력자를 대상으로 팀장과 팀원 보직 공모를 시작하며 인적 구성을 완전히 바꾸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경감급 인사에서도 외부 인력을 대거 기용하는 방식의 '물갈이'가 이어질 경우 강남경찰서의 인적 지형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전망이다. 이번 인사 실험이 성공할 경우 다른 주요 경찰서의 인사 정책에도 상당한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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