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김만배 씨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다른 재판 일정을 이유로 다시 불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은 피해자 본인의 직접 진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내달 9일 증인 신문을 재차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건은 대선을 앞두고 조작된 허위 인터뷰를 통해 여론을 왜곡하려 했다는 이른바 '대선 개입'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핵심 절차로 지목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의 명예훼손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는 12일 열린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 신문을 시도했으나, 윤 전 대통령 측은 다른 재판 일정을 사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명예훼손 사건의 피해자로서 처벌 의사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다음 달 9일 윤 전 대통령을 다시 소환하기로 확정했다.
이번 불출석은 윤 전 대통령이 현재 심리 중인 별도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 일정과 겹치면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같은 법원 형사합의33부에서 진행 중인 본인의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는 점을 사유서에 명시하며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피해 당사자의 증언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기일을 다시 지정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날 재판에서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정황에 대한 비판적인 증언을 쏟아냈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의 질문에 대해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사이의 인터뷰 녹취 존재를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특히 녹취 행위 자체가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진 조직적인 작전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유 전 본부장은 법정에서 "의도적으로 녹음을 했다는 것은 신 전 위원장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이미 예상했기 때문에 틀어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소 김만배 씨의 성격과 언행을 고려할 때 녹취 파일에 담긴 말투가 지극히 부자연스러웠으며, 이는 사전에 공모된 연출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진술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보도 오류를 넘어선 치밀한 여론 조작이라는 검찰의 시각에 무게를 더하는 대목이다.
사건의 핵심은 2021년 9월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위원장이 진행한 이른바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인터뷰에 있다. 당시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이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재직 시절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는 허위 내용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다. 뉴스타파는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4일 해당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며 선거 국면에 심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검찰은 김 씨가 허위 인터뷰의 대가로 신 전 위원장에게 책값 명목의 1억 6,5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금품 수수를 넘어 헌법적 가치인 민주주의 선거 시스템을 교란하려 한 중대 범죄라는 것이 수사 기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2024년 7월 김 씨와 신 전 위원장, 그리고 이를 보도한 뉴스타파 기자들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시장 질서와 법치주의 관점에서 볼 때 언론의 자유는 사실에 기반한 보도일 때만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씨와 신 전 위원장은 대선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공모했으며, 금전적 대가를 매개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정황이 짙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고 특정 정치적 목적을 위해 권력을 남용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피고인 측은 해당 인터뷰와 보도가 언론의 정당한 취재 활동이자 공익적 목적을 가진 검증이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들은 금전 거래 역시 정당한 저작물 구매 계약에 따른 것이며 대선 개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러한 양측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 피해자인 윤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진술이 사건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재판은 윤 전 대통령의 증인 출석 여부와 유동규 전 본부장 등 주요 참고인들의 진술 신빙성을 다투는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가 원수를 지낸 인물이 명예훼손 피해자로 법정에 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지만 법치주의 원칙상 증인 신문은 피할 수 없는 절차"라고 언급했다. 다음 달 9일로 예정된 재소환 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출석할지 여부에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권 보장과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윤 전 대통령이 재차 불출석할 경우 재판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며, 이는 사건의 신속한 해결을 원하는 국민적 요구와도 배치된다.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법치 수호와 진실 규명을 위한 재판부의 후속 조치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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