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폐과 통보 후 방치된 학습권, 예원예술대 음악전공 '교수실 수업' 파행

이겨례 기자
폐과 통보 후 방치된 학습권, 예원예술대 음악전공 '교수실 수업' 파행
©연합뉴스

 

예원예술대학교 음악전공이 폐과 수순을 밟는 과정에서 홀로 남은 재학생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생은 전공 필수 기초 과목이 폐강되어 심화 과정을 먼저 듣는 '역주행 수업'을 강요받고 있으며, 전공 연습실 폐쇄로 인해 교수 연구실에서 강의를 듣는 등 열악한 교육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예원예술대학교 음악전공의 폐과 결정 이후 남겨진 재학생에 대한 교육 서비스가 사실상 중단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입학 직후 전공 폐지 통보를 받은 4학년 김 모 씨는 신입생 모집 중단 이후에도 재학 기간 중 정상적인 교육을 보장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학교 측의 운영 방행으로 졸업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대학은 효율성을 이유로 교육과정을 대폭 축소하며 학생과의 교육 계약을 사실상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전공 교육의 근간이 되는 기초 커리큘럼은 이미 붕괴된 상태로 확인됐다. 작곡 전공의 필수 기초인 화성학 1과 2 강의가 돌연 폐지되면서 김 씨는 난도가 높은 화성학 3 강의를 먼저 수강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였다. 기초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선배들과 경쟁하며 시험을 치른 결과 정상적인 학점 취득이 어려워졌으며 이는 교육의 질 저하로 직결됐다.

물리적인 교육 시설의 폐쇄는 학생의 학습권을 더욱 직접적으로 타격하고 있다. 음악전공의 핵심 시설인 강의실과 전공 연습실은 인원 부족을 이유로 폐쇄되었으며 김 씨는 현재 정식 강의실이 아닌 교수 연구실에서 전공 수업을 이수하고 있다. 대학 축제 등 학내 행사에서도 음악전공의 자리가 배정되지 않는 등 해당 전공은 학내에서 사실상 유령 취급을 받는 실정이다.

대학 측이 입학 당시 홍보했던 전공 관련 자격증 취득 약속도 허구로 드러났다. 홈페이지에 명시된 5가지 자격증 중 4가지는 실제 수강을 통해 취득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유일하게 남은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조차 전공 독립 커리큘럼이 아닌 타 전공 수업에 얹혀가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신입생 모집 당시 제공한 교육 정보가 사실과 달랐음을 의미하며 학생 기만 논란을 부추기는 대목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졸업 이수 학점을 충족하기 어려운 학사 구조에 있다. 학칙상 23학번의 졸업 이수 학점은 130학점이며 이 중 계열선택 학점은 80학점에 달하지만, 전공 과목의 잇따른 폐강으로 김 씨가 3년간 이수한 계열선택 학점은 38학점에 불과하다. 4학년 1년 동안 부족한 42학점을 모두 이수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학교 측의 구두 약속 외에는 명확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학교 관계자는 교육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사태 수습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학 관계자는 "수강 인원 및 교육과정 운영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부 교과목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며 "초과 이수한 전공 학점이 계열선택 학점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학사 운영 기준을 보완하고 홈페이지에 게시하여 학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학칙에 근거하지 않은 학교 측의 임기응변식 대응은 법적 구속력이 약해 재학생의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김 씨는 "학생이 단 한 명이라도 남아 있다면 약속된 강의와 교육 환경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학교에 있다"며 "사람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교육 의무를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학생 기만이다"라고 비판했다. 교육 전문가들 역시 폐과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학생 보호 대책이 미흡할 경우 대학의 공적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구조조정과 학과 통폐합은 피할 수 없는 시장의 흐름이나 그 과정에서의 법치와 원칙 준수는 별개의 문제다.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로서 대학은 학칙에 근거한 투명한 학사 운영을 지속해야 하며, 소수 재학생의 학습권이 경영 효율성이라는 명분 아래 희생되지 않도록 엄격한 관리가 요구된다. 향후 교육 당국의 철저한 지도 감독과 함께 폐과 예정 학과 재학생을 위한 표준 보호 매뉴얼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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