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표심 없는 2400명 아이들의 외침… NGO, 지방선거 앞두고 '아동 정책' 19선 공식 제안

음영태 기자
표심 없는 2400명 아이들의 외침… NGO, 지방선거 앞두고 '아동 정책' 19선 공식 제안
©연합뉴스

 

국내 주요 아동권리 NGO들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15개 시도 아동 2,400명의 목소리를 담은 19개 핵심 공약을 발표했다. 이번 제안은 급식카드 단가 현실화와 노키즈존 확산 방지, 지역형 아동수당 도입 등 아동의 생존권과 성장 기회 균등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골자로 한다. 투표권이 없는 아동을 대신해 시민 사회가 직접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들에게 정책 반영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들을 향해 아동의 생존과 성장을 보장하고 지역 간 복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초록우산과 세이브더칠드런, 굿네이버스 등 국내 3대 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는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겨냥해 각기 정립한 아동 공약을 공식 제안했다. 이는 선거 과정에서 소외되기 쉬운 미성년자의 권익을 정책의 중심부로 끌어올리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초록우산은 아동의 실제 요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아동공약제안서를 공개하며 구체적인 정책 이정표를 제시했다. 해당 제안서에 담긴 9개 분야 19개 공약은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전국 15개 시도에 거주하는 아동 2,400명이 제안한 3,653개의 의견을 정밀 분석한 결과물이다. 아동들은 자신들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공간과 복지 체계에 대해 가감 없는 의견을 개진하며 변화를 촉구했다.

놀이와 여가 분야에서는 공공 놀이시설의 확충과 안전 관리 체계의 고도화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아동들은 빌라나 주택가 등 주거 밀집 지역 내 놀이터 설치를 확대하고 기상 상황에 구애받지 않는 실내외 놀이 공간 조성을 요구했다. 이는 도시 계획 단계에서 아동의 놀 권리가 성인의 편의나 주차 공간 확보 등에 밀려 저평가되어 왔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복지와 지원 분야의 핵심은 아동급식카드의 단가 현실화와 사용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에 방점이 찍혔다. 현재 제공되는 급식 지원금이 실제 외식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해 아동들이 편의점이나 분식점 위주로 이용처를 한정 짓는 부작용이 지적된다. 이주배경아동에 대한 언어 지원 확대 역시 다문화 가정이 급증하는 지역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 시급한 과제로 포함됐다.

안전과 보건 의료 분야에서는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금연구역의 실효성을 높이고 야간 및 휴일 진료가 가능한 달빛어린이병원을 확충하는 안이 제시됐다. 특히 이른바 노키즈존으로 불리는 아동 출입 제한 업소의 확산을 방지하는 대책은 아동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폭력 및 보호 분야의 주요 과제로 다뤄졌다. 이는 아동에 대한 차별적 문화를 법적·제도적 장치를 통해 정화해야 한다는 시장 질서의 공정성 차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모든 아동이 부모의 경제적 배경과 상관없이 공정한 출발선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지원 체계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임산부와 영아 가정을 직접 방문해 건강을 점검하는 생애초기 건강관리사업의 전국적 확대 시행을 강력히 촉구했다.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아동·청소년 성장지원 바우처 도입과 지역형 아동수당 신설은 지방정부의 복지 자치권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제시됐다.

출생 미등록 아동의 등록 및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과제는 법치 국가로서의 기본적 책무를 다하라는 요구와 궤를 같이한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모든 아동이 공정한 출발선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지방자치단체의 핵심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아동에 대한 투자가 미래 사회의 인적 자산 가치를 높이는 효율적 행정의 일환임을 시사한다.

굿네이버스는 시민참여형 캠페인인 '똑똑똑, 우리 동네 아이들의 정책을 부탁해!'를 통해 정책 수립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민들이 거주 지역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아동 정책에 직접 투표하게 함으로써 지역별 특수성에 기반한 핵심 과제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서울 지역의 경우 아동 돌봄 인프라 확충과 학교폭력 예방 체계 마련 중 시민들의 선택을 받은 과제가 후보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아동 공약들이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도에 따라 실현 가능성이 엇갈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선심성 복지 예산 편성이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나, 아동 복지는 효율적 국가 운영을 위한 필수 비용이라는 반론이 팽팽하다. 정책의 무분별한 확산보다는 지역별 재정 여건을 고려한 단계적 도입과 민간 자원과의 연계가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검토되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번 NGO들의 연합된 제안은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아동 권익 보호라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선거판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각 후보 캠프가 이러한 아동 중심의 정책을 얼마나 공약집에 구체적으로 수록하고 실행 의지를 보이느냐가 향후 지방 행정의 질적 수준을 결정짓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정부의 출범과 함께 아동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시민 사회의 감시 체계 또한 한층 강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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