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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조기 전환 두고 한미 ‘동상이몽’… 韓 “정치적 결단” vs 美 “군사적 검증”

김영 기자
전작권 조기 전환 두고 한미 ‘동상이몽’… 韓 “정치적 결단” vs 美 “군사적 검증”
©연합뉴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미국 펜타곤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고 전시작전통제권의 조속한 전환을 위한 설득에 나섰으나, 미 군사당국이 철저한 조건 충족을 내세우며 한미 간 온도 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인 2029년 1월 이전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미측은 2029년 1분기를 조건 충족 시점으로 제시하며 보수적인 접근을 유지하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미국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조기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며 미국과의 협의에 나섰다. 정부는 현 행정부의 국정과제인 전작권 전환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만료 시점인 2029년 1월 내에 완수하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번 방미는 전작권 전환의 전제 조건인 군사적 능력 검증을 넘어 정책적 결단을 이끌어내기 위한 고위급 ‘톱다운’ 협의의 성격이 짙다.

정부는 한미 당국이 2015년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에 따라 그동안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준비를 이어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안 장관은 인천국제공항 출국 당시부터 전작권 전환의 속도를 내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내비치며 미측과의 공감대 형성에 주력했다. 특히 우리 군의 독자적인 연합 방위 주도 능력과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이 상당 수준 진척되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미국 군사당국은 전작권 전환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서둘러 진행되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내며 실무적 검증의 중요성을 우선시하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미 의회에서 “정치적 편의주의가 전작권 전환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고 발언하며 한국 정부의 조기 전환 압박에 우회적인 비판을 제기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전작권 전환 조건의 충족 목표 시점을 2029년 1분기로 언급하며 한국이 희망하는 시점보다 늦은 일정을 제시했다.

미 군사당국의 이러한 보수적 시각은 한미가 합의한 3대 조건에 대한 평가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선 연합 방위 주도를 위한 군사적 능력, 동맹의 포괄적인 북핵 대응 능력, 안정적인 한반도 안보 환경이라는 세 가지 핵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올해 10월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승인을 받아 전환 목표 연도를 확정 짓기를 희망하고 있다.

정부 내부에서는 미 군사당국이 기존에 합의된 조건의 범위를 유동적으로 확장하며 이른바 ‘골대 옮기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안 장관은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에 대해 “그것은 군사 당국자의 이야기이고, 전작권 전환은 정책적·정치적 결심 사항”이라며 실무진의 보수적 태도를 정치적 합의로 돌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전작권 문제가 단순한 군사 기술적 검증을 넘어 한미 동맹의 전략적 방향성에 관한 문제라는 점을 시사한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회담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동의하며 조속한 전환을 희망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회담 후 발표된 공동보도문에는 향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는 수준의 언급만 담겨 헤그세스 장관의 구체적인 지지나 확답을 얻어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재래식 방어 주도를 선호하면서도 실제 전작권 전환에는 신중한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조기 전환에만 매몰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안보 공백과 연합 방위 태세의 약화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이 갈수록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군사적 능력이 완벽히 검증되지 않은 채 전작권을 전환하는 것은 시장 질서와 국가 효율성 측면에서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계적 중립성을 고려할 때 미 군사당국의 보수적 접근은 안정적인 안보 환경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한미 양국은 이번 국방장관 회담에서 마련된 공감대를 바탕으로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를 통해 더욱 구체적인 의견 조율에 나설 계획이다. 2029년이라는 시한을 두고 양측의 줄다리기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오는 10월 SCM에서 전작권 전환의 구체적인 시계바늘이 정해질지 주목된다. 정부는 미국 수뇌부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군사적 조건 충족에 대한 인식차를 좁히고 조기 전환을 위한 동력을 유지해 나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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