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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23조 원 규모 '셀코리아' 단행…반도체 고점 우려 속 시장 질서 재편

윤근일 기자
외국인 23조 원 규모 '셀코리아' 단행…반도체 고점 우려 속 시장 질서 재편
©연합뉴스

 

외국인 투자자들이 5거래일 연속 코스피 시장에서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며 반도체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섰다. 지난 7일부터 전날까지 집계된 순매도액만 20조 4,910억 원에 달하며, 13일 오전에도 2조 6,000억 원 이상의 매도세가 이어지며 누적 매도 규모는 23조 원을 상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추세적 이탈보다는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과정으로 분석하면서도 대외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에 주의를 당부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기록적인 매도세를 보이며 국내 증시의 하방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며 시장 주도권을 개인 투자자에게 넘기는 양상이다. 전날까지의 누적 매도액 20조 4,910억 원에 더해 이날 오전 11시 23분 기준 2조 6,843억 원의 추가 매물이 출회되면서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위협받고 있다.

국내 증시의 핵심 동력인 반도체 업종에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주도주 과열 논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에서만 2조 2,655억 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포트폴리오 비중 조절에 나섰다. 이는 최근 BNK투자증권과 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실적 둔화 가능성을 근거로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것과 궤를 같이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 악화는 글로벌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자극하며 외국인 이탈의 기폭제가 되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하며 2023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자 시장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하다. 이에 따라 뉴욕 증시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3.01% 급락하는 등 기술주 중심의 투매 현상이 국내 증시로 전이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 제기된 새로운 정책 변수 역시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제안한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익의 국민 환원 제도인 'AI 국민배당금' 관련 발언은 기업의 수익 구조에 민감한 외국인들에게 불확실성을 제공하다. 투자자들은 해당 제도가 기업의 자율적 이익 배분 구조와 시장 효율성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외환 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차손 우려를 키우며 매도 압력을 더욱 높이는 배경이 되다.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만에 장중 1,490원 선을 돌파하면서 원화 약세에 따른 투자 매력도 저하가 가시화하고 있다. 환율 상승은 외국인들에게 실질 수익률 하락을 의미하므로 자본 유출을 가속화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매도세가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기술적 조정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을 내놓다. 이달 들어 코스피가 15.8%에 달하는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함에 따라 누적된 상승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한 차익 실현 매물이 집중되었다는 시각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도주인 반도체주의 단기 과열 우려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수급 충격은 발생하겠지만 주가 추세가 전환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또한 최근의 흐름을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부담과 상승 피로 누적에 의한 결과로 해석하다. 그는 현재의 매도세가 시장의 기초 체력 저하보다는 가격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다. 이러한 관점은 코스피 상장사들의 이익 추정치가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외국인 통합계좌(Omnibus Account) 도입이 향후 외국인 자금의 복귀를 견인할 핵심 변수로 지목되다. 해외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에 별도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현지 증권사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이 제도는 한국 증시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받다. 삼성증권을 필두로 주요 증권사들이 서비스 개시에 나서면서 투자 편의성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가 안착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대규모 신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되다. 권순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가계의 해외 주식 비중 중 일부가 국내로 유입된다고 가정할 때 중기적으로 약 30조 원 규모의 신규 자금 유입 여지가 있다"고 분석하다. 이는 현재의 매도 압력을 상쇄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의 잠재적 수요로 평가받다.

결론적으로 현재 시장은 단기적인 리밸런싱과 차익 실현에 따른 매도 압력과 제도 개선에 따른 신규 자금 유입 기대감이 공존하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 CPI 등 글로벌 거시 지표의 향방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가시성을 확인하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 시장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동성을 주시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포트폴리오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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