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계약과 관련한 조달 기업의 이의신청 및 분쟁조정 청구 건수가 지난해 60건을 기록하며 제도 도입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재정경제부는 전체 청구의 90%가 중소기업에 집중됨에 따라 청구 기간을 확대하고 국선대리인 제도를 신설하는 등 국가계약법 개정을 통한 권익 보호 강화에 나섰다. 올해는 분쟁조정 신청이 100건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면서 조달 시장의 공정 질서 확립을 위한 제도적 정비가 시급한 시점이다.
국가계약 분쟁조정제도가 조달 기업들의 실질적인 권리 구제 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지난해 청구 건수가 사상 처음으로 60건 고지에 올라섰다.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도입된 이 제도는 초기 운영 단계였던 2014년 단 1건의 청구에 그쳤으나 이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시장의 수요를 반영하고 있다. 2020년 25건이었던 청구 규모는 2023년 46건, 2024년 53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60건을 기록하며 매년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는 양상이다.
정부는 이러한 증가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조달 시장의 복잡화와 기업들의 권리 의식 향상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청구 건수가 100건을 상회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전망까지 나오면서 행정적 대응 역량 강화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이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나 계약 해석의 차이를 사법부의 확정 판결 이전에 신속하게 해결하려는 기업들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분쟁조정 청구의 주체별 비중을 살펴보면 중소기업의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 정책적 시사점을 던져준다. 지난해 전체 청구 건수 중 90%에 해당하는 54건이 중소기업에 의해 제기되었으며 이는 자금력과 법적 대응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 이 제도가 핵심적인 보루 역할을 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낮은 중소기업들이 국가기관과의 계약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저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통로로 분쟁조정위원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제도의 실효성을 뒷받침하는 지표인 청구인용률과 조정성립률 역시 고무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제도의 안착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청구인용률은 50.0%에 달했으며 실제 분쟁이 해결된 비율을 의미하는 조정성립률은 35.7%로 집계되어 행정 서비스의 품질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는 조달기업의 신청을 받아 신속하고 객관적인 조정안을 제시함으로써 법적 소송으로 비화할 경우 발생하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 손실을 방지하는 대체적 분쟁 해결 제도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국가계약 분쟁조정제도는 기업이 겪는 현장의 어려움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라며 "단순한 분쟁 해결을 넘어 조달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가와 민간 기업 간의 대등한 계약 관계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러한 성과를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 13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2026년 제1차 국가계약 분쟁조정제도 설명회'를 개최하고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밀착 홍보에 돌입했다.
이번 설명회에서는 그간 발생했던 주요 분쟁 유형과 실제 해결 사례를 중심으로 상세한 절차 안내가 이루어졌으며 현장 컨설팅도 병행되었다. 기업들은 특히 계약 금액의 조정이나 설계 변경에 따른 비용 부담 등 실무적인 고충을 토로했으며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1대1 맞춤형 상담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했다. 분쟁의 소지가 있는 계약 조항에 대한 사전 검토와 사후 대응 방안을 공유함으로써 기업들이 불필요한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제도 이용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오는 6월부터 이의신청 및 분쟁조정 청구 기간을 기존 20일에서 30일로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20일이라는 기간은 복잡한 계약 서류를 검토하고 법리적 타당성을 검토하기에 다소 촉박하다는 업계의 건의를 수용한 조치다. 청구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기업들은 보다 면밀하게 증빙 자료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조정의 정밀도와 성립률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법적 강제력과 지원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국가계약법 개정 작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정부는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재정(裁定) 제도'를 도입하고 변호사 선임이 어려운 영세 기업을 위해 국선대리인을 지원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재정 제도가 도입되면 조정안에 대해 양측이 합의할 경우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되어 분쟁의 종국적 해결이 가능해지며 국선대리인 제도는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소기업들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분쟁조정 청구 건수의 급증이 공공기관의 행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조정 결과에 대한 불복 절차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조정안이 강제성을 갖지 못하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일방이 거부할 경우 결국 소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이중의 행정 낭비가 초래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법 절차 이전에 전문가 그룹을 통한 합리적 중재안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큰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국가계약 분쟁조정제도는 단순한 사후 구제를 넘어 조달 행정 전반의 질적 향상을 견인하는 지표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청구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반복되는 분쟁 유형을 분석하고 이를 국가계약 제도 개선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기업들은 확대되는 청구 기간과 도입 예정인 국선대리인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아야 하며 정부는 법치 행정과 시장 효율성의 균형을 맞추는 정교한 제도 운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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