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중 일정 개시와 미국의 기록적인 물가 상승 지표가 맞물리며 국제 유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2.0% 하락한 배럴당 105.63달러를 기록했으며, 시장은 미중 간의 무역 협상 향방과 연방준비제도의 고금리 유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장의 관망세와 미국의 인플레이션 공포가 결합하며 국제 원유 시장의 하향 압력을 가중시켰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종가는 배럴당 101.02달러로 전날보다 1.1% 하락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역시 2.0% 급락하며 에너지 시장의 심리적 위축을 반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2박 3일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하며 글로벌 정세의 분수령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이틀째인 14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원유 시장 투자자들은 이번 회담에서 관세와 무역 분쟁은 물론 이란 문제 등 지정학적 현안이 폭넓게 다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한 점이 유가 하락의 결정적 배경이 되었다. 4월 미국의 PPI는 에너지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6.0% 상승하며 2022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전날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8% 상승하며 3년 만에 최대 폭을 기록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결과다.
물가 지표의 고공행진은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 완화 기대감을 완전히 꺾어놓는 요소로 작용했다.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기록적인 물가 상승세로 인해 연준이 조기에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의 지배적 견해로 자리 잡았다. 고금리 환경의 지속은 달러화 강세를 유도하고 원유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와 가격 하락을 유도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발표한 보고서 역시 시장의 수요 둔화 우려를 뒷받침하며 비관적인 전망을 더했다. OPEC은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기존 하루 140만 배럴에서 120만 배럴로 하향 조정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했다. 보고서는 지난 2월 말 발발한 미·이란 전쟁 이후 회원국들의 생산량이 3~4월 누적으로 30% 이상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유가 하락을 저지할 만한 지표가 나타났으나 시장 전체의 하락 흐름을 돌려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의 상업용 원유 재고가 직전 주보다 430만 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210만 배럴 감소를 두 배 이상 상회하는 수치로 통상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재고 감소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하락한 것은 수요 위축에 대한 공포가 공급 불안을 압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유가의 일시적 조정이 과도하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전쟁 여파로 생산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미중 회담의 결과에 따라 유가는 언제든 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 시장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수치가 시장의 예상치를 벗어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소멸한 것이 유가에 즉각적인 타격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 갈등 완화의 실마리가 풀릴 경우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긴축 기조가 유지되는 한 유가의 추세적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제 유가는 미중 정상의 공동 성명 내용과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완화 여부에 따라 변동성을 키울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촉발한 금리 동결 기조가 실물 경제 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구체화될 때까지 시장의 관망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은 고유가와 고금리가 병행되는 복합 위기 상황에 대비해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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