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60년 '안보 빗장' 풀린 서천군 비인면... 1만4천㎡ 군 유휴부지 주민 품으로

음영태 기자
60년 '안보 빗장' 풀린 서천군 비인면... 1만4천㎡ 군 유휴부지 주민 품으로
©연합뉴스

 

충남 서천군 비인면 일대 1만4천105㎡ 규모의 군 유휴부지와 시설이 60여 년 만에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전격 개방된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에 따라 서천군과 공군 등 관계기관은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2027년까지 구체적인 부지 처분 및 활용 방안을 확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결정은 장기간 방치된 국유지의 효율적 관리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관군 협력의 결과로 평가받는다.

충남 서천군 비인면의 해묵은 과제였던 군 유휴부지 방치 문제가 행정 조정을 통해 해결의 물꼬를 텄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서천군 비인면 주민행정복지센터에서 현장조정회의를 개최하고, 관계기관 간 협의를 통해 해당 부지를 지역 주민들을 위해 활용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번 조정의 대상이 된 토지는 총 1만4천105㎡ 규모로, 수십 년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다 활용도가 낮아진 국유지와 부속 시설을 포함한다. 국가 자산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관점에서 이번 합의는 유휴 국유지를 지자체와 주민의 수요에 맞춰 재배치하는 행정적 결단으로 해석된다.

해당 부지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굴곡과 궤를 같이하며 군사적 요충지로서 기능해 왔다. 주한미군은 과거 공군기지 방호를 목적으로 서천군 비인면 일대에서 18년간 주둔하며 해당 시설을 운용했다. 이후 1980년 미군으로부터 부지가 반환된 뒤에는 우리 공군이 이를 인수하여 2021년까지 관사로 활용하며 군사 시설로서의 명맥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1년 공군 인력이 철수하면서 시설은 급격히 노후화되었고, 장기간 방치된 부지는 지역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유휴부지의 방치가 지역 경관을 훼손하고 경제 활력을 저해한다는 점을 들어 지속적으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특히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 소도시 입장에서 대규모 평지 부지의 활용 불능 상태는 뼈아픈 손실로 받아들여졌다. 주민들은 개발을 통한 지역 활성화를 목적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제기하며 국가 기관의 중재를 요청했다. 이는 사유 재산권의 제약과 공익적 목적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지역 사회의 적극적인 의사 표출로 분석된다.

권익위가 도출한 조정안은 법적 안정성과 행정적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포함한다. 서천군과 공군, 국방시설본부 충청시설단은 우선 다음 달 30일까지 실무협의 추진단을 구성하여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한다. 추진단은 부지의 용도 변경, 시설물 철거 여부, 소유권 이전 방식 등 기술적이고 법률적인 검토를 수행하게 된다. 최종적인 처분 방식과 활용 계획은 2027년 6월 30일까지 관련 법령에 의거하여 결정하기로 시한을 명시했다.

한삼석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조정 회의 현장에서 이번 합의의 가치를 역설했다. 한 부위원장은 "이번 조정으로 60여 년 만에 주민들에게 군 유휴부지를 되돌려 드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토지 반환을 넘어 국가가 점유했던 공간을 시민 사회의 영역으로 재통합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전국적으로 산재한 군 유휴시설 처리 문제에 있어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종 처분 결정까지 남은 3년의 시간이 다소 길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이미 수십 년을 기다려온 지역 주민들에게는 2027년이라는 시한이 또 다른 행정적 지연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유지 처분은 국유재산법 등 엄격한 법적 절차를 준수해야 하며, 환경 영향 평가와 부지 정화 작업 등 필수적인 공정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불가피하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성급한 개방은 향후 또 다른 법적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향후 서천군은 해당 부지를 지역 특색에 맞는 주민 복합 공간이나 경제 거점으로 조성할 전망이다. 비인면의 지리적 특성과 주민 수요를 반영한 개발 계획이 수립될 경우, 군 유휴부지는 쇠퇴하던 지역 공동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번 조정안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예산 확보와 행정 지원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안보를 위해 희생했던 지역 주민들의 인내에 국가가 실질적인 보상과 미래 가치로 응답할 차례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60년#안보#빗장#풀린#서천군
60년 '안보 빗장' 풀린 서천군 비인면... 1만4천㎡ 군 유휴부지 주민 품으로 : 정치/사회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