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증권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0% 급증한 4조 3,320억 원을 기록하며 은행권과의 수익 격차를 대폭 좁혔다. 미래에셋증권은 분기 순이익 1조 원 시대를 열며 일부 시중은행의 실적을 앞질렀고, 코스피는 7,981.41로 마감하며 '8만피' 시대를 목전에 뒀다. 반도체 초강세에 힘입은 증시 호황이 시중 자금을 은행에서 주식시장으로 빠르게 이동시키는 '머니무브'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올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거두며 5대 시중은행의 아성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10대 증권사의 당기순이익 합계는 4조 3,320억 원으로 추산되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반면 5대 시중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 7,58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 성장에 그쳐 증권업계와의 순이익 격차가 급격히 축소되었다.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사상 처음으로 분기 순이익 1조 원을 돌파하며 증권업계의 수익성 개선을 주도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분기 실적에서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을 제치며 금융권 내 위상을 공고히 다졌다. 이러한 실적 도약은 반도체 업황의 폭발적 성장과 코스피 지수의 수직 상승이 맞물리며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쏠린 결과로 풀이된다.
코스피 지수는 올 1분기 4,000선 초반에서 시작해 6,000선을 돌파한 뒤 현재 8,000선 안착을 시도하는 유례없는 불장을 연출하고 있다. 14일 종가 기준 코스피는 전날보다 137.40포인트 상승한 7,981.41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의 호황을 입증했다. 저금리 기조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자산 증식을 위해 은행 예금 대신 주식 매수로 방향을 틀면서 증시 유동성이 극대화되었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 1분기 국내 주식시장에서만 무려 26조 5,970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시장 상승을 견인했다. 한국거래소 데이터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코넥스를 합친 전체 시장에서 개인의 매수세는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투자자들은 마이너스통장 대출까지 동원하며 증시로 뛰어들었고, 이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변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실제 5대 은행의 개인 마이너스통장 대출 사용 잔액은 지난달 말 약 39조 7,877억 원에서 이달 7일 기준 40조 5,029억 원으로 일주일 만에 7,152억 원가량 급증했다. 반면 안정적 저축 수단인 정기예금에서는 자금 유출이 뚜렷하게 관측되었다. 잔액 1억 원 이하 정기예금 계좌 수는 2,162만 9,000개로 집계되어 2019년 상반기 이후 6년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량 지표에서도 투자 대기성 자금의 급격한 팽창이 확인되었다. 지난 3월 초단기 금융투자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은 한 달 사이 12조 4,000억 원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주식 거래 활성화에 따라 증권사들이 일시적으로 보유하게 된 세금과 고객 대기 자금이 늘어나면서 단기 자금 운용 규모가 확대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증권사들의 수익 구조가 여전히 고객 거래 수수료인 브로커리지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자산관리(WM)나 직접투자(PI) 비중이 과거보다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실적 폭증은 하루 평균 52조 원에 달하는 거래대금에서 발생한 수수료 수익에 기반하고 있다. 이는 작년 4월 일평균 거래대금인 43조 6,300억 원보다 20% 이상 증가한 수치로, 증시 변동성에 따라 실적이 급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독주 체제와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 2분기 말 이후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가 둔화될 경우 증시가 조정 국면에 진입하고 증권사 실적 또한 급격히 되돌림 현상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다. 특정 섹터에 편중된 상승세가 꺾일 경우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머니무브의 흐름이 멈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주식시장 머니무브 사례들에 비춰볼 때 향후 2분기 이상 자금 유입이 더 지속될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실적 우위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향후 증권업계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매 절차를 간소화한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 도입과 글로벌 유망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통해 수익원 다변화에 나설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추진 중인 스페이스X 투자가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이러한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투자 확대가 증권업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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