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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트럼프의 베이징 선언 투키디데스 함정 극복과 대만 문제 레드라인 설정

김영 기자
시진핑과 트럼프의 베이징 선언 투키디데스 함정 극복과 대만 문제 레드라인 설정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만나 패권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건설적·전략 안정' 관계 구축에 합의했다. 시 주석은 신흥 강대국과 기존 패권국이 충돌한다는 투키디데스 함정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하며 양국 공존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동시에 대만 문제를 양국 관계의 가장 위험한 휘발점으로 규정하며 미국의 신중한 접근을 강력히 압박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신흥 강대국이 필연적으로 기존 패권국과 전쟁을 벌인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거론하며 양국 간 공존을 제안했다. 시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회담을 통해 미중 관계의 안정이 세계 전체에 호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국이 올바른 공존의 길을 가야 한다는 선언은 양국 간의 극단적 대립이 가져올 파국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 지도자가 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할 수 있을지는 역사적 질문이며 이에 대한 응답을 함께 써내려가야 한다는 것이 시 주석의 핵심 주장이다. 하버드대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가 정립한 투키디데스 함정 이론을 직접 언급한 것은 미중 관계의 엄중함을 시사한다. 시 주석은 이미 2024년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동일한 이론을 언급하며 공존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이 무역 전쟁의 상흔을 딛고 실리 중심의 협력 궤도로 수정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분석된다. 시 주석은 중미 간의 공동 이익이 이견보다 크며 각자의 성공이 서로에게 기회가 된다는 믿음을 강조했다. 양측이 합치면 모두에게 이롭고 싸우면 모두가 상처를 입는다는 지적은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론에 근거한다.

무역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는 사실이 거듭 입증됐으며 미중 경제 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이익과 윈윈 협력이라는 점이 재확인됐다. 시 주석은 의견 차이와 마찰이 발생할 때 대등한 협의만이 유일하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의 기술 통제와 견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전날 양측 경제 무역 협상단이 도출한 긍정적 결과의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중국의 부흥과 연결한 것은 매우 정교한 외교적 수사로 평가된다. 시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는 것이 완전히 함께 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중국의 발전 전략과 조화시킬 수 있다는 유화적 메시지다.

양측은 건설적·전략 안정 관계 구축을 양국 관계의 새로운 지향점으로 설정하는 데 동의했다. 이는 협력을 위주로 하는 적극적 안정이자 경쟁이 절제된 양성적 안정이며 이견이 통제 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평화를 기대할 수 있는 지속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시 주석의 발언은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글로벌 시장에 안도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다만 시 주석은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경한 어조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양국이 충돌할 수 있으며 중미 관계 전체를 매우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는 양측의 최대 공약수이므로 미국 측이 반드시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힘주어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 주석의 이러한 발언이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영토 주권 문제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화전양면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으로 남아 있으며 이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과제다. 시 주석의 경고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만 정책이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위대한 지도자로 치켜세우며 역대 미중 정상 중 가장 좋은 관계임을 강조하는 화답을 내놓았다. 미중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국가이며 양국 협력이 세계를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집권 1기 이후 9년 만에 베이징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했다.

신화통신은 양국 정상이 중동 정세와 우크라이나 위기, 한반도 문제 등 중대한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글로벌 현안에 대한 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중 관계가 단순한 양자 관계를 넘어 글로벌 질서를 규정하는 핵심 축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 사례다.

일부 미국 내 보수 진영과 의회 강경파들은 시 주석의 공존 제안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화해 제스처가 미국의 견제를 늦추기 위한 시간 벌기용 전략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인권 문제나 지적 재산권 침해 등 본질적인 갈등 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 없이는 일시적인 안정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6년을 중미 관계의 과거를 계승하고 미래를 여는 역사적 해로 만들자는 시 주석의 제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71년 닉슨 대통령과 키신저 박사가 시작한 핑퐁외교의 정신을 되새기며 우정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자는 발언은 감성적 소구력을 지닌다. 톈탄 공원 산책과 만찬으로 이어진 우호적인 분위기는 양국 관계의 긴장 완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향후 미중 관계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전략적 안정의 틀 안에서 치열한 실리 탐색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은 지속되되 충돌은 피한다는 기조가 유지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대만 문제와 첨단 기술 패권을 둘러싼 근본적인 갈등은 언제든 다시 점화될 수 있는 잠복된 뇌관이다.

결국 이번 회담은 미중 양국이 극단적 대립보다는 관리 가능한 경쟁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국제 사회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시 주석이 제안한 신시대 대국 간 올바른 공존의 길이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2026년이 양국 관계의 진정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베이징과 워싱턴의 후속 조치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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