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6·3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후보 58명 세금 체납 전력… '납세 의무' 외면한 지방자치 실태

김영 기자
6·3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후보 58명 세금 체납 전력… '납세 의무' 외면한 지방자치 실태
©연합뉴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기초단체장 후보 등록 첫날, 등록을 마친 후보자 475명 중 58명이 최근 5년간 세금을 체납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후보는 6명에 달하며, 이 중 무소속 이두원 후보는 2,000만 원 이상의 체납액을 기록해 공직 후보자의 준법정신 결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현황에 따르면 기초단체장 후보자들의 납세 실적에서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었다. 6·3 지방선거 후보 등록 첫날인 14일 오후 9시 기준, 등록을 마친 기초단체장 후보 475명 중 12.2%에 해당하는 58명이 최근 5년간 세금 체납 전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곳간을 책임지겠다는 후보자들이 정작 국민의 기본적인 의무인 납세에는 소홀했다는 지표로 해석된다.

현재 시점까지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 '현재 체납액'이 존재하는 후보는 총 6명으로 확인되었다. 충남 홍성군수에 출마한 무소속 이두원 후보는 2,007만 5,000원의 세금을 내지 않아 현재 등록된 후보 중 체납액이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개혁신당 신현철 경기 고양시장 후보가 272만 1,000원, 국민의힘 박태경 경기 화성시장 후보가 122만 5,000원의 체납액을 기록하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방정부의 행정을 총괄하려는 후보자들의 체납 행태는 지역과 정당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무소속 정원환 전북 고창군수 후보는 108만 4,000원, 국민의힘 이양섭 충북 진천군수 후보는 54만 9,000원, 같은 당 최원철 충남 공주시장 후보는 50만 8,000원을 각각 미납한 상태다. 이들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재산과 납세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세무 행정조차 완료하지 않은 채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과거 5년간의 기록으로 범위를 넓히면 체납 규모는 더욱 비대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전남 순천시장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손훈모 후보는 최근 5년간 체납액 기록이 2억 5,750만 8,000원에 달해 전체 후보자 중 과거 체납액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일시적인 실수나 행정 착오로 보기 어려운 수준의 금액으로, 후보자의 자산 관리 능력과 도덕성에 대한 엄격한 검증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반면 자산 규모에 비례하여 막대한 세금을 성실히 납부한 후보들도 존재하여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김기웅 서천군수 후보는 124억 7,390만 2,000원의 재산을 보유한 재력가로서 최근 5년간 총 53억 7,730만 8,000원의 세금을 납부해 납세액 1위를 차지했다. 같은 당 소속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 후보 역시 26억 3,760만 9,000원의 세금을 납부하며 성실 납세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후보자들 간의 경제적 격차와 그에 따른 납세 규모의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게 관측되었다. 최근 5년간 1억 원 이상의 세금을 납부한 후보는 총 125명에 달했으며, 이 중 10억 원을 초과하여 납부한 고액 납세자도 9명이나 포함되었다. 이러한 수치는 기초단체장 선거가 상당한 자산가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납세 실적이 전무하거나 극히 저조한 '무납세' 후보들도 적지 않아 유권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5년간 세금 납부액과 체납액이 모두 0원인 후보는 7명으로 파악되었으며, 100만 원 미만의 소액 납세자도 17명에 달했다. 이들은 경제 활동이 전무했거나 비과세 대상일 가능성이 크지만, 지역 경제를 이끌 행정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입증하기에는 지표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체납 기록이 곧장 후보자의 자질 부족으로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일부 후보 측은 단순한 행정 처리의 지연이나 실무진의 착오로 인해 일시적으로 체납 기록이 남았을 뿐이며, 고의적인 탈세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해명이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선거 전문가들은 후보자의 납세 실적이 유권자가 후보의 준법정신을 판단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척도라고 강조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 주민의 세금을 집행하는 막중한 권한을 갖는 자리인 만큼, 본인의 납세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는 공직 적격성을 판단하는 필수 지표다"라고 언급했다. 납세 의무를 경시하는 후보가 지역 사회의 법치와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향후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재산 형성 과정과 체납 사유에 대한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권자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후보자들의 상세한 납세 및 체납 정보를 상시 확인할 수 있다. 법치주의의 확립과 행정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해 후보자들의 도덕적 결함을 면밀히 살피는 유권자들의 투명한 감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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