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정상이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과 자유로운 에너지 공급 원칙에 합의하면서 국제 유가가 보합권에서 안정세를 보였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5.72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1.7달러를 기록하며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은 억제되는 양상이다. 양국 정상의 이번 합의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치솟던 에너지 시장에 강력한 심리적 저지선을 형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상태 유지라는 전략적 합의를 도출했다.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중 양측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안정을 위해 해협의 통항권 보장이 필수적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ICE선물거래소의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전장보다 0.1% 상승한 105.72달러로 마감하며 극심한 혼조세에서 벗어났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전장 대비 0.2% 오른 101.7달러를 기록하며 100달러 선을 상회하는 보합세를 유지했다.
이번 합의는 글로벌 공급망 안정과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순위에 둔 양국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로 해석된다. 미국은 자국 내 에너지 물가 안정을 위해 유가의 추가 상승을 막아야 하며, 중국 또한 안정적인 원유 수입 경로 확보가 국가 경제의 핵심 과제인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의 두 축인 G2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선 점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분석한다. 국제 금융 시장은 양국 정상의 발언이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실질적인 시장 통제력을 발휘할지 주시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이 이란에 대한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하여 해협의 실질적인 재개방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베선트 장관은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란 지도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들과 물밑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원활한 통항을 위해 가용 가능한 모든 외교적 자원을 동원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이 직접적인 군사적 대응보다는 중국을 통한 우회적 압박과 협상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현장에서는 중국 관련 선박들의 통항이 재개되며 실질적인 물리적 흐름의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란 파르스 통신에 따르면 일부 중국 선박들이 이란이 제시한 통항 규정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해협을 통과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 국영방송 역시 전날 밤부터 당국의 허가를 받은 선박 30여 척이 해협을 정상적으로 통과했다고 보도하며 긴장 완화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선박들의 실제 움직임은 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실질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며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효과를 냈다.
다만 이번 조치가 유가의 근본적인 하향 안정화를 유도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신중론도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PVM 오일마켓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통항 허용 선박이 늘어나는 것은 실제 수급보다는 시장 심리에 더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고 시장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현재의 변화가 단기적으로 유가의 추가 상승을 억제하는 상단 제약 역할은 수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공급망의 완전한 정상화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가를 의미 있는 수준으로 끌어내릴 만한 근본적 처방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재개가 시장 수급에 미치는 실질적인 데이터가 확인될 때까지 유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유가는 미중 정상의 합의라는 호재와 지정학적 불안 지속이라는 악재가 팽팽하게 맞서며 방향성을 탐색하는 구간에 진입했다. 특히 이란이 제시한 규정 준수라는 전제 조건이 향후 다른 국가들의 선박에도 동일하게 적용될지 여부가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통항 절차의 복잡성이나 추가적인 검문 검색 강화는 물류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유가 하락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향후 국제 유가는 미중 합의의 실질적인 이행 여부와 이란의 추가적인 태도 변화에 따라 그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요충지인 만큼 작은 돌발 변수에도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은 에너지 시장의 공급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보수적인 관점에서 수급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미중 양국의 공조가 실질적인 원유 공급량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유가는 언제든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에너지 안보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도 최소한의 질서 유지를 위한 합의점을 찾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법치와 시장 질서를 강조하는 보수적 관점에서도 이번 합의는 불필요한 시장 마찰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국제 사회의 중재 노력이 실질적인 원유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해협 통항의 완전한 자유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에너지 시장의 안정은 단순히 정치적 합의를 넘어 실질적인 물류 흐름의 완전한 복원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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