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미 수입물가 4년래 최대폭 폭등에 달러-원 1,493.40원 기록… 강달러 기조 고착화 우려

윤근일 기자

미국 수입 물가가 4년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며 인플레이션 공포가 재점화하자 달러-원 환율이 1,493.40원까지 치솟았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 인덱스가 강세를 보이며 원화 가치는 하락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야간 거래에서 상승폭을 확대했다. 시장은 미-중 정상회담의 실효성 부족과 고물가 고착화 가능성에 주목하며 금리 인상 장기화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달러-원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상승폭을 늘리며 1,490원대 초반에 장을 마감했다. 15일 새벽 2시 기준 달러-원 환율은 전장 서울 외환시장 종가 대비 2.80원 오른 1,493.40원을 기록했다. 이는 당일 주간 거래 종가인 1,491.00원과 비교해도 2.40원 높은 수준으로 강달러 기조가 갈수록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외환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뜨겁다는 점이 거듭 확인되면서 달러화 강세의 기반이 더욱 공고해졌다고 분석한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4월 수입 물가 지수는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돌며 글로벌 금융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지난달 수입 물가는 전월 대비 1.9% 상승하며 시장 전망치인 1.0%를 두 배 가까이 상회하는 결과를 냈다. 이는 2022년 3월의 2.9% 상승 이후 약 4년 만에 기록한 최대 상승폭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수입 물가의 급등은 생산자 및 소비자 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 달러화 가치를 지탱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미국의 4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에는 부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지난 3월의 전월 대비 증가율인 1.6%와 비교하면 성장세가 확연히 둔화되었으며 소비 내역의 질적 측면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전체 소비 증가분 중 유류 소비액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실질적인 소비 활력은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소매판매 수치가 늘어나더라도 실질 경기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제 지표들이 외환 투자자들에게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코페이의 칼 샤모타 수석 시장 전략가는 "근본적인 관점에서 결과가 크게 변하지 않은 만큼 외환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태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오늘 발표된 지표 내용에서 특별히 놀랄 만한 점이 전혀 없다는 사실 자체가 오히려 놀랍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지표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흐름을 바꿀 만한 결정적 모멘텀이 부족함을 시사한다.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지 않은 점도 달러 강세를 뒷받침하는 지정학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양국 정상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 불허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나 시장은 실제 이행 여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즉각적으로 개방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국제 유가 상승 우려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에 선반영되는 구조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해소가 불투명해질수록 안전 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주요국 통화 역시 달러 강세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동반 약세를 보이거나 변동성을 키웠다. 오전 3시 25분 기준 달러-엔 환율은 158.194엔, 유로-달러 환율은 1.16750달러를 기록하며 달러 대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6.7861위안 수준에서 움직였으며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942.50원을 나타냈다. 역외 위안-원 환율 또한 219.70원에 거래되며 달러 강세에 따른 아시아 통화의 전반적인 약세 흐름을 반영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의 장중 변동 폭은 6.00원에 달하며 시장의 불안정한 심리를 여실히 드러냈다. 장중 고점은 1,494.20원까지 치솟았으며 저점은 1,488.20원으로 집계되어 환율 상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야간 거래를 포함한 총 현물환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 양사를 합쳐 205억 9,2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상당한 거래 규모를 형성했다. 이는 환율 상승 과정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손바뀜과 대응 매매가 활발하게 일어났음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환율 상승이 지표에 의한 일시적인 과잉 반응일 수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하며 기계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소매판매 증가세가 전월 대비 둔화되고 있다는 점은 향후 경기 침체 우려를 자극해 달러 강세를 제약할 수 있는 변수다. 시장의 과도한 금리 인상 기대감이 조정 과정을 거칠 경우 환율이 다시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인플레이션 수치가 꺾이지 않는 한 이러한 반론이 시장의 주류 의견으로 자리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외환 시장은 미국의 추가 물가 지표와 지정학적 리스크의 실질적인 전개 방향에 따라 등락을 거듭할 전망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개방 여부와 이에 따른 국제 유가 움직임은 환율의 향방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을 경우 달러-원 환율은 1,500원선 돌파를 시도하며 국내 경제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대외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여 보수적인 자금 운용 전략을 수립하고 시장의 미세한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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