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혈연·학연으로 얽힌 6·3 지방선거 충북 전선…'정치적 동지'에서 '적수'로

김영 기자
혈연·학연으로 얽힌 6·3 지방선거 충북 전선…'정치적 동지'에서 '적수'로
©연합뉴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북 지역에서는 전직 정치적 동지의 맞대결과 형제·부자(父子) 출마 등 이례적인 구도가 형성되며 유권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충북도지사 선거는 청주고와 연세대를 공유하는 선후배 간의 대결로 압축되었으며, 청주와 단양에서는 가족 단위의 동시 출마와 대물림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기관사나 배달라이더 출신 등 현장 밀착형 이색 이력을 가진 후보들의 등장은 기존 정치권의 문법을 탈피한 새로운 현상으로 분석된다.

6·3 지방선거의 본격적인 막이 오르면서 충북 지역은 후보자들 간의 독특한 인연과 이색적인 배경으로 인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충북도지사 선거를 필두로 청주와 단양 등 주요 시군에서 나타나는 혈연 및 학연의 얽힘은 이번 선거의 향배를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과거의 정치적 동지가 당적을 달리해 맞붙거나 가족이 동시에 공직에 도전하는 사례는 지방자치 시대의 새로운 단면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충북도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신용한 후보와 국민의힘 김영환 후보의 맞대결로 확정되며 학연으로 얽힌 선후배 간의 진검승부를 예고했다. 57세의 신 후보와 71세의 김 후보는 청주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동문 사이로 지역 내 두터운 인맥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바른미래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정치적 동지였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충북 행정의 수장 자리를 놓고 양보 없는 경쟁을 펼치게 되었다.

청주 지역에서는 친형제가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 선거에 동시에 출마하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이범석 청주시장 후보는 재선에 도전하며, 그의 형인 이성용 후보는 청주 상당 제3선거구에서 도의원직에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과거 증평과 충북도의회에서 활동했던 장천배·장선배 형제의 사례가 있으나 이들 형제는 동일한 청주권 유권자를 대상으로 선거 운동을 펼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양상을 보인다.

단양군에서는 부자가 대를 이어 기초의회에 진출하려는 시도가 포착되어 지역 정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02년 작고한 지성구 전 단양군의원의 아들인 국민의힘 지영준 후보가 군의원 가선거구에 출마하여 부친의 뒤를 잇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지 후보가 출마한 지역구는 과거 부친이 생전 활동했던 대강면을 포함하고 있어 지역구의 상징적 계승 여부가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직업적 전문성을 앞세워 민생 공약을 제시하는 이색 경력 후보들의 행보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철도 기관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홍철 도의원 후보는 자신의 이력을 바탕으로 충북선과 중앙선 이용객에게 이용료 일부를 지역화폐로 환급하는 반값열차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의당 길한샘 후보는 현직 배달라이더이자 라이더유니온 지회장으로서 배달 노동자의 안전과 처우 개선을 핵심 공약으로 설정해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영동군에서는 공직 사회의 고위직 출신이 체급을 낮춰 기초의원에 도전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영동부군수를 역임한 정일택 후보는 민주당 군수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선거구를 변경하여 군의원 가선거구에 출마했다. 정 후보는 선거 승리를 위해 동일 선거구의 무소속 김대훈 후보와 연대를 선언하며 무소속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지역 주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만큼 후보의 이력과 관계가 유권자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이색적인 구도는 유권자의 관심을 환기하는 데 긍정적이지만 정책 대결을 가릴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후보자 간의 사적 인연이 지나치게 부각될 경우 지역 발전의 본질적인 논의가 실종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혈연이나 학연 중심의 선거 구도가 구태의연한 지역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후보자의 정책 역량이나 도덕성 검증보다 개인적 연고에 의존하는 투표 행태는 지방자치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 단위 출마의 경우 특정 가문의 지역 정치 독점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이는 정치 신인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충북 지방선거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기관사나 배달 노동자와 같은 현장 전문가들의 정계 진출 시도는 대의 민주주의의 외연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무소속 연대와 체급 하향 조정 등 변칙적인 선거 전략이 실제 당선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향후 충북 정계 개편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각 후보는 이색 이력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지역 발전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유권자들은 후보자 간의 관계나 과거 경력에 의한 흥미를 넘어 누가 진정으로 지역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인지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 충북 지역의 이번 선거 결과는 향후 지방 정치의 인적 구성과 선거 전략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늠할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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