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호르무즈 봉쇄에 퇴로 막힌 트럼프 행정부 시진핑의 이란 중재 역량에 사활

이겨례 기자
호르무즈 봉쇄에 퇴로 막힌 트럼프 행정부 시진핑의 이란 중재 역량에 사활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미국 집권 여당인 공화당이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에 기대를 거는 이례적인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핵심 보급로가 차단됨에 따라 국제 유가가 폭등했으며, 이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율을 직접적으로 타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미국이 자국 경제의 명운을 쥐고 있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최대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에 손을 내미는 역설적 상황에 주목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워싱턴 정계는 베이징의 중재 역량이 중동발 에너지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과 긴밀한 경제 및 군사적 유대 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이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해 외교적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확산되는 양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공화당 핵심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성과에 사실상 정권의 사활을 걸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봉쇄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전례 없는 충격을 가하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보복 조치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5분의 1이 지나는 길목을 전격 차단했다. 이로 인해 국제 에너지 가격은 단기간에 폭등했으며, 이는 글로벌 물가 상승을 촉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미국 내 서민 경제를 직격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을 약화시키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지난 10일 여론조사업체 포컬데이터가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문제를 가장 시급한 국가적 현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응답자의 58%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 및 물가 대처 방식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중간선거 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공화당 내 대이란 강경파 의원들조차 현재의 경제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을 수용하는 분위기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중국이 선택만 한다면 지구상의 모든 국가 중에서 이 전쟁을 끝내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 역시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에 막대한 정치적 희망이 걸려 있음을 시인했다.

중국 입장에서도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은 자국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방관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스티브 데인스 상원의원은 중국이 소비하는 석유의 약 3분의 1이 해당 해협을 통과한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중국의 개입 명분을 뒷받침했다. 해협 재개방이 중국의 국가적 이익을 보호하는 데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긍정적인 협조 약속을 받아냈다고 주장하며 국내 여론의 반전을 꾀하고 있다.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돕고 싶다"는 의사를 직접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의 중재를 통해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관리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중국이 실제로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정보 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데니스 와일더 전 중앙정보국(CIA) 중국 분석국장은 중국의 공식 발표문에서 이란에 대한 압박이나 해협 통제 반대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협조 의사가 외교적 수사에 불과할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향후 한 달을 이번 사태의 향방을 가를 최대 분수령으로 지목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다음 달까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주요국의 국가별 비축유가 고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부족 사태가 통제 불능의 공황 상태로 진입하여 세계 경제 질서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힐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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