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경남 지방선거 9명 무투표 당선 확정... 경쟁 실종된 기초의회 유권자 선택권 실종 우려

음영태 기자
경남 지방선거 9명 무투표 당선 확정... 경쟁 실종된 기초의회 유권자 선택권 실종 우려
©연합뉴스

 

경남 지역 광역 및 기초의원 9명이 후보 등록 인원과 선거구별 의원 정수가 일치함에 따라 별도의 투표 절차 없이 당선을 확정 지었다.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14일부터 15일까지 양일간 실시한 후보 등록 마감 결과, 도의원 1개 선거구와 시군의원 4개 선거구에서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경쟁 체제가 일부 지역에서 작동하지 않으면서 유권자의 검증 기회가 원천 차단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 등록 마감 결과 경상남도 내 광역 및 기초의원 선거구 곳곳에서 무투표 당선인이 무더기로 발생했다.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 등록 마감 직후 경남도의원 선거구 1곳과 시군의원 선거구 4곳에서 선거구 의원 정수와 후보 등록 인원수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해당 선거구에 등록한 후보 9명은 공직선거법에 의거하여 투표 없이 차기 의회 입성이 가능해진 상태다. 이는 지역 정치권의 인물난과 거대 양당 중심의 공천 질서가 맞물리며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광역의회인 경남도의원 선거에서는 의령군 선거구에서 유일하게 무투표 당선 사례가 관측됐다. 의령군 도의원 선거구는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로 운영되나 국민의힘 소속 김봉남 후보만이 단독으로 등록 서류를 제출했다. 마감 시한까지 추가적인 경쟁 후보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김 후보는 사실상 선거 당일의 개표 결과와 무관하게 당선을 확정 짓는 권리를 확보했다. 광역의원은 지역 내 예산 감시와 조례 제정 등 막중한 권한을 갖는 자리임에도 경쟁 없는 입성이 이루어지며 민주적 정당성 확보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

기초의회 선거인 시군의원 선거의 경우 총 4개 선거구에서 8명의 후보가 무투표로 당선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창원시 2곳, 의령군 1곳, 양산시 1곳 등 4개 선거구가 모두 2인 선거구로 운영되었으며 각 선거구에 정확히 2명씩의 후보만이 등록을 마쳤다. 이들 선거구는 지역구 의원 정수만큼 후보가 등록함에 따라 투표 절차 자체가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기초의회는 주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정책을 다루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아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창원시의원 사 선거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백승규 후보와 국민의힘 박강우 후보가 각각 등록하여 무투표 당선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창원시의원 타 선거구 역시 더불어민주당 서명일 후보와 국민의힘 황점복 후보가 단독 입후보하며 양대 정당 소속 후보들이 사이좋게 의회 입성권을 나눠 가졌다. 두 선거구 모두 여야의 경쟁보다는 정수 채우기식 후보 등록이 이루어지며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자질을 비교할 기회 자체가 상실됐다. 이는 거대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지역 정치의 고질적인 문법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의령군 다 선거구는 특정 정당의 독주 체제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 사례로 꼽힌다. 해당 선거구에는 국민의힘 소속 황성철 후보와 윤병열 후보 2명만이 등록을 마쳤으며 타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의 도전은 전무했다. 결과적으로 의령군 기초의회 일부 선거구는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특정 정당 소속 후보들의 당선이 기정사실화되는 국면을 맞이했다. 특정 정당의 지배력이 강한 지역적 특성이 경쟁자의 출현을 억제하고 정치적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양산시 마 선거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선주 후보와 국민의힘 정숙남 후보가 나란히 무투표 당선을 확정 지었다. 특이하게도 해당 선거구의 두 후보는 모두 여성으로 구성되어 여성 정치인의 의회 진출이라는 상징성을 확보했으나 이 역시 무투표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양산 지역의 정치적 지형 속에서 여야가 각각 1명씩의 후보를 내세우며 사실상의 전략적 안배가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경쟁 없는 당선은 후보자가 선거 과정에서 주민들의 검증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투표 당선은 행정적 관점에서 선거 비용을 절감하고 행정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는 실용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투표 용지 인쇄와 투표소 운영, 개표 사무 등에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은 국가 재정 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효율성이 대의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유권자의 선택권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법조계와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경쟁이 사라진 선거는 후보자의 정책적 역량이나 도덕성을 검증할 기회를 박탈하여 지방자치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전문가는 "무투표 당선은 지역 정치의 역동성을 죽이고 신진 인사의 등용문을 좁히는 부작용을 낳는다"며 "경쟁 없는 당선이 반복될 경우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시 기능이 약화되어 결국 지역 주민들의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거대 정당들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만 집중하고 험지나 소규모 선거구를 방치하는 행태가 무투표 당선을 양산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이는 정당 정치가 지역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기보다는 의석 확보라는 수치적 성과에만 매몰되어 있음을 방증한다.

이번에 확정된 경남 지역 무투표 당선인 9명은 오는 6월 3일 선거가 공식적으로 종료되는 시점에 당선인으로 결정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무투표 선거구에 대해서는 선거 당일 투표를 실시하지 않으며 해당 후보들의 선거 운동도 엄격히 제한된다. 이에 따라 유권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선거구가 무투표 선거구인지 사전에 확인하여 투표 당일 혼선을 방지해야 한다. 선관위는 해당 지역 유권자들에게 투표 미실시 안내를 강화하고 무투표 당선인들의 정보가 담긴 공고물을 배포할 계획이다.

향후 지방자치제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투표 당선 선거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 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정치적 결사체가 경쟁할 수 있는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 또한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경쟁 없는 선거를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민 사회의 감시 체계 강화도 필수적이다. 법치와 시장 논리에 따른 공정한 경쟁이 보장될 때 비로소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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