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노조의 대규모 파업 예고 등 내부 갈등 상황에 대해 국민과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 회장은 일본 출장 일정을 단축하고 급거 귀국해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하며 노사 양측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삼성전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5만 명 수준의 파업이 가시화된 가운데 나온 경영진의 초강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오후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며 최근의 노사 갈등 사태에 대해 7년 만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일본 출장 중 노조의 총파업 결의 소식을 접한 이 회장은 당초 일정을 변경해 귀국한 뒤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회사의 내부 문제로 인해 국민과 고객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세 차례 고개를 숙이며 경영 최고 책임자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의 총파업을 예고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현재까지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은 4만 6천 명을 넘어섰으며 노조 측은 최대 5만 명의 인원이 파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입국 현장에서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위기 극복을 위한 조직의 결속을 간곡히 호소했다.
경영의 정점에 있는 총수가 직접 나서 "비바람은 제가 맞고 제 탓으로 돌리겠다"고 선언한 것은 조직 내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는 노사 갈등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림으로써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행보다. 이 회장은 삼성 구성원 모두가 한 가족임을 재차 강조하며 임직원들이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준비한 원고를 직접 낭독한 이 회장은 국민과 고객뿐만 아니라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인 정부 관계자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저희 삼성을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고 또 채찍질해 주시는 우리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대국민 사과는 지난 2019년 이후 7년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현재 삼성이 직면한 대내외적 위기 상황이 그만큼 엄중함을 시사한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전날 긴급 메시지를 통해 글로벌 경영 환경의 급변과 무한 경쟁 시대의 도래를 경고하며 노조의 협조를 구했다. 사측은 내부 문제로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노조에 즉각적인 대화 재개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상태다.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시점에서 내부 분열이 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노조 측은 사측의 대화 제의에도 불구하고 핵심 요구 사항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표 교섭위원의 교체와 성과급 제도의 투명한 제도화, 그리고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이 노조가 내건 타협의 핵심 조건이다. 이러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예고된 18일간의 대규모 파업은 강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삼성전자의 향후 노사 관계 정립과 글로벌 신뢰도 회복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한 경제 전문가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은 국가 경제 전반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치와 시장 질서에 기반한 합리적인 타협안 도출이 기업 생존을 위해 시급하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향후 노사 협상의 향방은 21일로 예정된 파업 돌입 전까지의 막판 조율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들도 이번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중재를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회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노조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고 실질적인 협상 진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재계와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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