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삼성전자 반도체 성과급 격차 6배 확대에 노사 갈등 격화 파업 시 최대 31조 원 손실 우려

김영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성과급 격차 6배 확대에 노사 갈등 격화 파업 시 최대 31조 원 손실 우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부 간 최대 6배에 달하는 성과급 차등 지급안을 제시하며 노사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회의록에 따르면 메모리 사업부에는 연봉의 607%를 제안한 반면 적자를 기록한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는 50%에서 100% 수준을 책정했다. JP모건은 이번 갈등이 총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손실 규모가 최대 31조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공지능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힘입어 기록적인 수익을 달성한 메모리 사업부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비메모리 사업부의 보상 체계를 철저히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가 지난 3월 진행된 임금 협상 과정에서 디바이스 솔루션 부문 내 사업부별로 극명하게 대비되는 성과급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은 연봉의 607%에 달하는 성과급을 제안받았으나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는 100% 이하의 성과급을 통보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인공지능 수요 폭증은 삼성전자 내부의 수익 구조와 보상 체계에 유례없는 균열을 가져온 핵심 동인으로 작용했다. 메모리 사업부는 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 호조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며 전사 실적을 견인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반면 칩 설계와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 부문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율 확보의 어려움 속에서 수조 원 규모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측은 적자 사업부에 대한 과도한 보상이 기업 경영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성과주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로이터가 인용한 회의록에 따르면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은 시스템 반도체 사업부가 수조 원의 손실을 기록한 점을 지적하며 보상 정당화의 어려움을 피력했다. 김 부사장은 "우리 회사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아마도 파산했거나 문을 닫았을 것"이라며 현재의 경영 위기 상황을 가감 없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 측은 이러한 극단적인 성과급 격차가 조직의 결속력을 저해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최승호 노조위원장은 회의록을 통해 메모리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 간의 실제 수령액 차이가 수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최 위원장은 "메모리 사업부는 5억 원을 받는데 파운드리 사업부는 8천만 원만 받는다면 직원들이 계속 일할 동기가 있겠느냐"며 보상 불균형에 따른 사기 저하를 경고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인력 이탈 가속화는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중장기 성장 전략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노조는 이번 성과급 차등 지급안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라는 회사의 비전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보상 체계에 대한 불만이 핵심 설계 인력과 공정 전문가들의 이탈로 이어질 경우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막대한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재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이라는 파국을 막기 위해 평택 사업장 등에서 경영진과 노조 지도부 간의 면담을 이어가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전영현 DS 부문 부회장을 비롯한 사장단은 직접 노조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경영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등 사태 수습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성과급 산정 방식과 기본급 인상률을 둘러싼 양측의 시각 차이가 워낙 확고하여 합의점 도출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 투자 업계는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이 실제 생산 차질로 번질 경우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심각한 충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에 약 21조 원에서 31조 원 사이의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달러 환산 시 최대 207억 9천만 달러에 달하는 규모로 삼성전자의 연간 실적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결정적인 변수로 평가된다.

다만 경영계 일각에서는 수익성에 기반한 성과주의 원칙이 무너질 경우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무분별한 보상 평준화는 혁신 의지를 꺾고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하여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의 패배를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적자 사업부에 대한 엄격한 보상 기준 적용은 시장 경제의 원리에 부합하며 기업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향후 삼성전자는 노조와의 협상 결과에 따라 조직 문화와 보상 체계의 대대적인 개편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로 사업부 간 실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보상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이번 사태의 해결 과정은 향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노사 관계와 성과급 산정 방식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이며 시장은 삼성의 위기 관리 능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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