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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에어백' 아티반 품절에 소아병원 71% 위기… "7월 진료 대란 현실화"

이성경 기자
'응급실 에어백' 아티반 품절에 소아병원 71% 위기…
©연합뉴스

 

국내 소아청소년 병원 10곳 중 7곳이 필수 의약품인 아티반 주사제 공급 차질로 인해 심각한 진료 중단 위기에 직면했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조사 결과 응답 병원의 71.4%가 현 상황을 위기로 규정했으며, 이미 재고가 소진된 병원도 34%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들은 제약사의 생산 중단을 초래한 낮은 약가 구조를 개편하고 필수 약제 공급망을 보호할 근본적인 시스템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소아 필수 의약품 공급망 붕괴가 현실화하면서 일선 의료 현장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전국 병원 3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병원의 34.3%에 해당하는 12개소는 이미 재고가 소진되어 응급 환자 발생 시 처치가 불가능한 상태다. 나머지 13개 병원 역시 향후 1~2개월 내에 비축분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하반기 진료 공백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체 응답 병원의 71.4%가 현재의 수급 불균형 상황을 심각한 위기로 판단하며 정부의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성분명 로라제팜으로 알려진 아티반은 뇌 신경 흥분을 억제해 발작을 진정시키는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핵심 항발작제다. 의료 현장에서 '응급실의 에어백'이라 불릴 만큼 임상적 중요성이 커 국가 필수의약품 및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되어 관리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 유일 공급처였던 일동제약이 지난해 12월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생산 중단을 선언하면서 수급 체계에 치명적인 균열이 발생했다. 필수 약제가 시장 논리에 따라 생산이 중단되면서 의료 안전망 자체가 흔들리는 형국이다.

정부는 미다졸람이나 디아제팜 등 다른 약제로 대체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현장 의료진의 시각은 냉담하다. 설문에 참여한 병원의 69%는 이러한 대체제 활용론을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발상'이자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아티반 고유의 약리 작용과 소아 환자에 대한 안정성을 대체 약물이 완전히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의료 전문가들은 대체제 권고가 임상적 현실을 도외시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실질적인 공급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품목 양도·양수 절차를 통해 공급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일동제약이 지난해 하반기 생산한 재고 물량을 우선 공급하고, 삼진제약으로의 허가 변경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진제약은 이달 중 변경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며, 당국은 관련 절차를 신속히 검토하여 공급 안정화를 꾀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규 생산 분이 실제 의료 현장에 도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당분간 수급 불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생산 원가를 반영한 약가 현실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관계자는 "규제 때문에 생산 단가가 올라가면 약값도 즉각 연동되어 인상되어야 하고, 초저가 필수의약품의 원가와 관리비도 100% 보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3%가 제약사의 생산 재개를 유도할 실제 생산 원가 반영 약가 인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는 법치와 효율성에 기반한 시장 질서 회복이 필수 의료 유지의 핵심임을 시사한다.

공급 부족 현상은 아티반에만 국한되지 않고 소아 진료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여서 우려를 더한다. 영유아 급성 호흡곤란 1차 치료제인 '벤토린 네뷸'과 중증 소아 천식용 스테로이드제인 '풀미코트 레스퓰'도 수시로 품절되고 있다. 기초적인 시럽 해열제와 항생제까지 품절 품목에 이름을 올리면서 일선 병원들의 약제 관리 부담은 임계점에 도달한 실정이다. 필수 의약품의 반복적 품절은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소아 의료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고질적 병폐로 자리 잡았다.

향후 의약품 규제 도입 시 필수의약품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사전 분석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협회는 '공급 영향 평가' 의무화를 통해 규제와 약가의 유기적 연동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시장 효율성만을 강조하다 소아 필수 의료 시스템이 붕괴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전략적 자원 관리와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 보건 당국의 신속한 행정 대응과 약가 구조의 근본적 개선 여부가 향후 소아 의료 대란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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