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북한 축구단 7년 5개월 만의 방남... 다자 틀 내 남북 스포츠 협력 물꼬 트나

김영 기자
북한 축구단 7년 5개월 만의 방남... 다자 틀 내 남북 스포츠 협력 물꼬 트나
©연합뉴스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 참가를 위해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이번 방남은 2018년 이후 7년 5개월 만에 이루어지는 북한 선수단의 공식 방한으로, 경색된 남북 관계 속에서 국제 스포츠 무대를 통한 교류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다. 200여 개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3,000명 규모의 공동응원단은 정치적 색채를 배제하고 양측 선수단 모두를 응원할 방침이다.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이번 방남은 다자간 국제 경기 틀 안에서 남북 협력을 논의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17일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선수단은 오는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 위민과 결승 진출권을 놓고 격돌할 예정이다. 이는 북한이 최근 '적대적 두 개 국가 관계'를 선언하며 남측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려온 상황에서 이루어진 이례적인 행보다.

북한 선수단이 한국에서 열리는 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지난 2018년 12월 인천에서 개최된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7년 5개월 만의 일이다. 특히 북한 여자 축구팀의 한국 방문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성사되었다. 이번 방남은 단순히 일회성 경기를 넘어 국제 사회의 다자적 틀 내에서 북측이 남측과의 접점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이하 북민협)를 중심으로 한 민간단체들은 이번 경기를 위해 대규모 공동응원단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북민협 소속 200여 개 단체에서 모집된 3,000여 명의 응원단은 경기 당일 현장에서 남북 선수 모두를 격려할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달 말 공동응원 추진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뒤 북측의 방남 의사가 확정되자마자 즉각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정부는 이번 민간 차원의 교류를 지원하기 위해 남북협력기금을 포함한 최대 3억 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 관련 사업을 위탁했으며, 협회는 입장권과 응원 도구 및 간식 등을 구매하여 응원단에 제공한다. 이는 민간 교류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안정적인 행사 운영을 뒷받침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응원 방식은 과거의 관례에서 벗어나 클럽 대항전이라는 경기의 본질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었다. 응원단은 북한의 국호인 '조선'을 연호하는 대신 내고향여자축구단과 수원FC 위민의 클럽명, 그리고 개별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 여론의 다양성을 고려하고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주성 북민협 사무총장은 이번 공동응원의 성격에 대해 "정치적 색깔을 완전히 배제하고 오직 스포츠 정신에 기반한 응원만을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국제 경기를 위해 방남한 것은 앞으로 다자 틀 안에서 남북 협력을 논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기대감이 생긴다"고 밝혔다. 중도 및 보수 성향 단체들도 대거 동참하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이번 경기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이미 수치로 증명되었으며 예매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4강전의 7,000여 석 전석은 예매 시작 12시간 만에 모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여자 축구 클럽 대항전으로는 이례적인 흥행 기록으로, 남북 대결이라는 특수성과 오랜만의 북측 선수단 방문이 관중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 결과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방남이 실질적인 남북 관계 개선이나 당국 간 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북한이 여전히 대한민국을 적대적 관계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참가는 AFC 주관 국제 대회의 의무 사항을 이행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계적 중립성을 고려할 때, 스포츠를 통한 일시적 접촉이 구조적인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경기장 내 안전 관리와 질서 유지 역시 이번 행사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관중석 응원이 과열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 경찰 등 대규모 질서 유지 인력이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공동응원단 측은 수원FC 서포터즈와 긴밀히 소통하며 전 관중이 함께하는 파도타기 응원 등을 통해 경기장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북한 선수단의 국제 매너 준수 여부도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달 초 중국에서 열린 17세 이하 여자 축구 남북 대결 당시 북한 선수들이 경기 후 인사를 외면하는 등 비신사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누구든 스포츠맨 정신과 국제 경기 틀 안에서 상호 예의를 지켜야 하며 이는 북한이 반드시 변해야 할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향후 남북 스포츠 교류의 지속 가능성은 이번 대회의 원만한 종료 여부에 달려 있다. 정부와 민간은 이번 경기가 불상사 없이 마무리될 경우, 향후 다른 종목이나 다자간 국제 대회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교류를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철저한 법치와 질서 속에서 이루어지는 스포츠 교류가 남북 간의 경직된 분위기를 완화하는 최소한의 통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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