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2주 앞두고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을 향해 전방위적인 토론 개최 압박을 가하며 선거 쟁점화에 나섰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감지되는 보수 결집 흐름을 수도권과 격전지로 확산시켜 판세를 뒤집겠다는 정면승부 전략이다. 여당은 민주당의 소극적인 태도를 '검증 회피'로 규정하고 유권자의 알 권리를 앞세워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개별적으로 민주당 후보들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해 양향자 경기지사 후보,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 이정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후보 등이 민주당 측에 적극적인 토론 임전 태도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책 검증을 피하는 행위가 공당의 후보로서 무책임한 처사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며 공세에 가담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14일 토론 형식과 매체를 가리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으며 배수진을 쳤다. 오 후보는 친야 성향으로 분류되는 방송인 김어준 씨의 프로그램에서 토론을 진행하더라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는 어떤 불리한 환경에서도 정책적 우위를 증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자 상대의 거부 명분을 원천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선 양향자 후보 역시 민주당 추미애 후보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며 토론장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양 후보는 피하지 말고 검증하라며 양자 토론 개최를 강력히 제안하고 나섰다. 후보 간의 치열한 정책 대결이 실종된 선거 국면을 타개하고 인물론을 부각하여 격차를 좁히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중앙당 차원에서도 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하는 논평과 발언이 연일 이어지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민주당 후보들이 '침대축구'식 시간 끌기에 돌입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를 직접 겨냥해 토론을 기피하는 배경에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며 자존심을 자극했다.
함인경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토론 기피 현상을 준비 부족과 검증 회피로 규정했다. 함 대변인은 며칠만 조용히 버티면 선거를 넘길 수 있다는 계산이냐며 민주당 후보들의 태도를 맹비난했다. 이러한 공세는 토론 거부 프레임을 강화하여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민주당의 불성실함을 각인시키려는 전략적 판단에 근거한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토론 개최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현재의 열세 지형을 타개하기 위한 이벤트가 절실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를 추격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TV 토론은 단숨에 인지도를 높이고 상대의 약점을 노출시킬 수 있는 기회다. 생방송 토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대 후보의 말실수나 정책적 허점은 선거 막판 최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상당수 여당 후보들이 현직 광역단체장이라는 점도 토론 공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현직 후보들은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구체적인 행정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정책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실무 능력과 정책적 깊이를 보여줌으로써 야당 후보와의 차별성을 극명하게 드러내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상대 후보가 토론을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실효성 있는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토론회에 1회 이상 참여해야 하지만 이를 위반하더라도 과태료 처분에 그친다. 법적 제재가 미비한 탓에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가 검증의 장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장 후보 토론의 경우 사전투표 시작을 불과 7시간 앞둔 28일 밤 11시에 단 한 차례만 예정되어 있다. 국민의힘은 유권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얻기도 전에 투표가 시작되는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토론 횟수를 늘리고 시간대를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으나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이러한 공세가 지지율 정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정략적 행보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민주당 측은 후보의 일정과 선거 전략에 따라 토론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정당의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무리한 토론 요구가 오히려 정책 선거를 정쟁의 장으로 변질시킨다는 반론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박성훈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논평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공식 토론은 피하면서 친민주당 성향 유튜버 방송에는 적극 출연한다고 꼬집었다. 박 단장은 "비겁하게 도망쳐봐야 치명적인 결함들에 대한 심판의 칼날을 피할 길은 없다"고 강조하며 민주당의 이중적인 태도를 질타했다. 이는 공신력 있는 검증의 장을 외면하는 행태에 대한 도덕적 타격을 노린 발언이다.
향후 2주간의 선거 운동 기간 동안 토론 개최 여부를 둘러싼 여야의 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유권자의 알 권리와 후보 검증의 당위성을 내세워 민주당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계획이다. 토론 성사 여부와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여론의 향배가 이번 지방선거의 최종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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