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1만 7천 건 넘어선 불법사금융의 덫, '벌금형 노역' 위기 내몰리는 청년 빈곤층

정휘 기자
1만 7천 건 넘어선 불법사금융의 덫, '벌금형 노역' 위기 내몰리는 청년 빈곤층
©연합뉴스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가 지난해 1만 7,538건을 기록하며 2012년 금융감독원 신고센터 설치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살인적인 고금리와 불법 추심에 시달리던 서민들이 계좌 대여 등 범죄에 노출되어 벌금을 내지 못하고 교도소 노역장에 수감될 위기에 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는 6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우리 사회의 하층 금융 안전망이 붕괴하고 있음을 증명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신고는 총 1만 7,538건으로, 이는 신고 센터가 설치된 2012년의 1만 8,237건에 육박하는 수치다. 경제적 한계에 부딪힌 서민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 불법 사채의 늪에 빠진 뒤, 다시 범죄의 도구로 이용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싱글맘 박 모(36) 씨의 사례는 불법사금융이 어떻게 평범한 개인을 범죄자로 전락시키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다. 요식업 실패로 신용불량자가 된 박 씨는 '계좌 대여 시 1천만 원 대출'이라는 페이스북 광고에 속아 자금세탁 조직의 대포통장 제공책이 되다. 그 결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으나, 이를 납부할 능력이 없어 50일간 교도소 노역장에 유치될 처지에 놓이다.

불법 추심업자들의 가혹한 행위는 피해자의 정신적 파멸과 사회적 격리를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다. 사채업자들은 박 씨의 연락처를 해킹하여 지인들에게 사진을 유포하는 등 반인륜적인 추심 행태를 보이다. 기초생활수급비 170만 원으로 자녀를 양육하던 박 씨는 극심한 공황장애와 대인기피증을 얻어 경제적 재기마저 불투명한 상태에 빠지다.

다자녀 가구의 가장인 이 모(35) 씨 역시 사소한 생활고에서 시작된 사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씨는 부상으로 일을 쉬게 된 뒤 생계비를 위해 사채를 썼으나, 추심을 피해 도주하는 과정에서 렌털 가전을 반납하지 못해 횡령죄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다. 아내의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 시도 등 가족 전체가 해체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벌금 납부는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였다.

이러한 사각지대의 빈곤층을 위해 장발장은행은 무이자 및 무담보로 벌금 대출을 지원하며 사회적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장발장은행은 박 씨와 이 씨의 안타까운 사정을 심사하여 각각의 벌금을 대납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다. 정범구 장발장은행장은 "부모나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본인이 가족 전체를 돌봐야 하는 젊은이들의 사례가 매우 많다"고 사회적 현상을 진단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지원이 범죄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약화시키고 금융 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다. 계좌 대여는 보이스피싱 등 2차 범죄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기에, 엄격한 법 집행과 병행하여 불법 광고에 대한 원천 차단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계적 지원보다는 범죄 예방 교육과 제도권 금융으로의 복귀를 돕는 구조적 대책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향후 불법사금융 피해는 경기 침체와 맞물려 더욱 고착화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정부 차원의 정밀한 실태 조사가 요구되다. 특히 SNS를 통해 확산되는 불법 대출 광고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벌금 미납으로 인한 강제 노역이 빈곤의 대물림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서민 금융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는 법치주의 확립과 동시에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유연한 사법 행정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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