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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명에서 1만1천명으로… AI 시대 넘어서는 ‘프레시 매니저’ 55년의 생존 전략

이성경 기자
47명에서 1만1천명으로… AI 시대 넘어서는 ‘프레시 매니저’ 55년의 생존 전략
©연합뉴스

 

hy의 프레시 매니저가 도입 55년 만에 1만 1,000명 규모의 전국적 네트워크로 성장하며 단순 배송을 넘어선 사회적 안전망으로 진화했다. 지난해 신규 인력 중 2030세대의 비중이 32%까지 치솟으며 청년층의 새로운 직업군으로 부상했고, 1,400만 원 상당의 첨단 냉장 카트 '코코' 1만 대가 전국 골목길을 누비고 있다. 이들은 하루 500만 개의 제품을 배달하는 동시에 독거노인 안부 확인과 위기 상황 신고 등 공적 부조가 닿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핵심 인프라 역할을 수행한다.

1971년 서울 종로구에서 47명의 여성으로 시작한 hy의 방문 판매 시스템이 반세기를 넘어 한국 사회의 독보적인 유통망으로 안착했다. 과거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던 이들은 2019년 프레시 매니저(FM)로 명칭을 변경하며 신선식품 배송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했다. 현재 활동 중인 1만 1,000명의 FM은 유제품을 넘어 커피와 밀키트 등 다양한 신선식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한다.

최근 프레시 매니저 조직은 20대와 30대 젊은 층의 유입이 가파르게 증가하며 인력 구성의 세대교체가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2019년 21% 수준이었던 신규 FM 중 2030 비중은 지난해 32%까지 상승하며 10명 중 3명꼴로 청년층이 합류했다. 현재 최연소 활동가는 20세이며 조직 생활의 압박이 적고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청년층의 선택을 이끈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FM은 본사와 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나이와 경력의 제한 없이 평생 활동이 가능하다는 독특한 고용 구조를 지닌다. 이달 기준 FM의 평균 활동 기간은 14년에 달하며 49년 3개월이라는 최장 활동 기록이 증명하듯 직업적 안정성이 매우 높다. 육아와 업무를 병행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 형태 덕분에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일자리로 평가받는다.

지난 3월 제55회 hy 대회에서 최고 영예인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박유리 FM은 이 직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박 씨는 "위험 요소가 적고 정년에 상관없이 본인의 의지에 따라 평생 일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밝혔다. 시간 활용의 자유로움이 현대 노동 시장의 유연성 요구와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무거운 손수레를 끌던 과거의 노동 집약적 방식은 첨단 기술이 접목된 이동형 냉장 카트 '코코'의 등장으로 완전히 전환되었다. 2014년 세계 최초로 개발된 탑승형 냉장 카트는 현재 3세대 모델인 '코코 3.0'까지 진화하며 유통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260리터의 대용량을 자랑하는 이 카트는 충돌 방지 센서와 자동 잠금장치 등 최신 안전 기술이 탑재되어 배송 효율을 극대화한다.

hy는 대당 1,400만 원을 호가하는 냉장 카트 코코를 FM들에게 무상으로 대여하며 현장의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보급된 1만 대의 코코는 하루 평균 500만 개의 신선식품을 전국 각지로 실어 나른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hy는 유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를 커피, 샐러드, 김치 등 신선식품 전반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프레시 매니저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 물류 배송을 넘어 지역사회의 촘촘한 안전망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 있다. 1994년부터 시작된 '홀몸 노인 돌봄' 사업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의 안부를 확인하는 hy의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이다. FM들은 매일 정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해 건강 음료를 전달하며 노인들의 건강 상태를 세밀하게 살핀다.

현장에서의 기민한 대응은 고독사 예방과 인명 구조라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며 공적 구호 체계를 보완한다. 2022년 서울 성북구에서 활동하던 이영애 FM은 유제품 배달 중 쓰러진 노인을 발견해 즉각 신고함으로써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이외에도 실종된 치매 노인을 발견하거나 길거리 행인의 위기 상황을 경찰에 인계하는 사례가 전국에서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hy 관계자는 기업의 창업 이념과 사회적 책임의 연결성을 강조하며 향후 활동 방향을 제시했다. 관계자는 "건강사회건설이라는 창업 정신에 기반하여 hy만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업의 수익 창출과 사회적 가치 구현이 결합된 상생 모델의 전형으로 풀이된다.

다만 플랫폼 노동의 확산과 비대면 배송 선호 현상이 심화되는 시장 환경은 대면 방문 판매 모델에 잠재적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자동화된 물류 시스템과의 비용 효율성 경쟁에서 인적 네트워크 중심의 배송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일부 존재한다. 기술이 대체하기 어려운 '사람의 온기'가 시장의 효율성 논리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배송이 확산되는 미래 유통 시장에서도 프레시 매니저와 같은 인적 기반의 서비스는 차별화된 위상을 유지할 전망이다. 단순 물품 전달을 넘어 정서적 교감과 사회적 돌봄을 결합한 이들의 활동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 사회에 필수적인 공익적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hy는 젊은 감각의 유니폼 도입과 카트 기술 고도화를 통해 지속적인 조직 쇄신과 서비스 확장을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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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명에서 1만1천명으로… AI 시대 넘어서는 ‘프레시 매니저’ 55년의 생존 전략 : 기업/산업 : 재경일보